내년 총지출 555.8조원…올해比 8.5% 증가
지출 느는데 쪼그라든 세수로 국가재정 악화
"코로나19 극복에 재정이 강한 버팀목 역할해야"
산업·환경 등 지출 증가율 커…한국판 뉴딜 본격 추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1년도 예산안'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정부가 풀 죽은 경제를 살리는 차원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내년에도 유지한다.
내년 예산을 올해에 비해 1.6% 늘려 555조원이 넘는 이른바 '슈퍼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재정건전성 악화 부담을 감내해서라도 전례가 없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에 쏟아 붓는 돈도 늘린다. 관련 분야인 산업·환경·연구개발(R&D)에 투입되는 예산 증가율은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높다.
1일 정부는 '코로나 극복, 선도국가'라는 이름을 붙인 '2021년 예산안',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3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방역·경제 전시상황에선 재정적자 감내" |
내년 총지출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546조9000억원)에 비해 1.6% 늘어난 555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43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총지출 증가율(전년대비)은 2018년 7.1%에서 2019년 9.5%, 올해 9.1%로 확장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확장적인 기조로 인해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분이다. 내년 국세수입(483조원)만 떼어내서 보면, 올해 본예산에 비해 9조20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재정수입이 재정지출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추경기준으로 43.5%이나, 내년엔 46.7%까지 올라간다. 올해 본예산(39.8%)에 비해선 6.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 비율은 2022년에 50%대(50.9%)에 진입하게 되는데, 이때 국가채무액은 1000조원(1070조3000억원)을 넘어선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올해(본예산, -71조5000억원)보다 38조2000억원이 늘어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확장적 재정기조 하에서 재정건전성이 다소 약화된 측면은 있으나, 지금과 같은 방역·경제 전시상황에서는 일시적인 채무·적자를 감내하면서라도 재정에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판 뉴딜 본격추진을 위한 투자 |
◆…(자료 기획재정부)
디지털·그린 뉴딜 분야에 투입되는 규모가 좀 더 과감하게 커졌다. 산업분야는 디지털 경제·저탄소 에너지 전환 등 한국판 뉴딜 투자를 중심으로 지출 증가율이 22.9%(23조7000억원→29조1000억원)로, 12대 분야 중 가장 높다.
또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뉴딜 투자, 공기·물·녹색공간 등 생활환경에 개선에 10조5000억원이 투입되며, 선도형 경제를 견인할 BIG3, 소재부품장비 등 미래첨단혁신기술을 중심으로 27조2000억원의 재원이 쓰인다. 해당 분야의 지출 증가율(16.7%·12.3%)은 보건·복지·고용(10.7%) 분야보다도 높다.
디지털·그린뉴딜, 안전망 강화 등 한국판 뉴딜 정책만 따로 떼어내서 보면 21조3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예산 상당 부분은 데이터댐과 지능형 정부, 그린 스마트 스쿨, 국민 안전 SOC(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 그린 에너지, 전기·수소차 등 10대 사업에 쓰인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통해 '36만개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정부는 2025년까지 16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른 일자리 창출 규모는 190만1000개로 잡고 있다.
| 코로나 충격 빠른 회복에 방점 |
◆…(경제회복 분야 관련 재정지원 방향, 자료 기획재정부)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단기적 고용충격 극복을 위한 약 200만개 일자리 지키기·창출에 8조6000억원 예산을 쓴다. 이를 통해 근로자 45만명에게 고용유지지원금 지원(1조2000억원), 지역 주도의 고용안정 선제 대응 패키지를 확대(5→8개지역)한다. 민간일자리 분야에선 대상별 맞춤형 지원으로 57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로 했다. 노인·장애인 등 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에겐 정부가 직접일자리를 103만개 제공한다.
내수회복 효과가 큰 농수산·문화·관광분야에 2조원 규모의 소비창출을 위한 '4+4 바우처·쿠폰'을 지급한다. 지역상권회복을 위해 18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온누리상품권을 할인·발행을 지원하고, 관광활성화 차원에선 코리아 토탈 관광패키지(해외관광객에게 교통·숙박·볼거리 제공), 디지털 관광콘텐츠, 생태관광 등 3대 콘텐츠를 개발·지원하기로 했다.
민간투자의 마중물이 될 정책자금은 올해(54조5000억원)보다 18조4000억원 더 늘려 공급하며, SOC 등 공공투자 예산도 올해 23조2000억원에서 내년 26조원으로 늘린다. 국가균형발전(지역발전, 지역소멸 대응 등)에도 본격 투자되는데,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3조3000억원이 늘어난 16조6000억원으로 책정했다.
| 고용안정 지원·사람 투자 |
◆…(고용·복지 관련한 재정지원 방향, 자료 기획재정부)
4대 사회안전망 확충에 내년 46조9000억원 재원이 투입된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15만7000가구↑, 2022년 전면폐지)하고 긴급복지 지원대상 가구를 10만4000가구에서 11만5000가구로 늘린다.
또 취약계층(151만명) 건강·의료보장 지원을 확대하고, 건강·요양보험 국고지원을 10조2000억원에서 11조원으로 늘린다. 공적임대주택 공급도 18만1000호에서 19만호로 늘리고, 내년부터 고교무상교육이 전학년으로 확대된다.
장애인연금 지급단가를 월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고, 보훈가족의 예우 강화를 위한 보훈보상금을 3% 인상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영유아 보육료 지원단가를 인상(3.0)하고, 어린이집 보조·대체교사를 5만5000명에서 6만2000명으로 늘린다. 초등돌봄 인원도 40만8000명에서 45만9000명으로 확대시킨다. 고령화에 대응하고자 기초연금(월 30만원), 노인일자리(74→80만개)도 확충한다.
| 국민안전, 삶의 질 제고 |
◆…(국민안전 분야 관련한 재정지원 방향, 자료 기획재정부)
코로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서 '사전예방-진단-치료' 전(全)주기적 방역시스템을 보강하는 등 K-방역 고도화에 1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의과학자 등 전문인력 양성, 데이터중심병원 등 ICT융합 의료기반을 강화하는데도 쓰인다.
국민생명, 인권 보호 관련한 예산은 5조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무인교통단속장비 확충(8000개↑), 위험기계·공정 개선, 코로나 확진자·의료진 등 고위험군에 대한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 운영 등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해예방 예산도 올해(2조1000억원)보다 5000억원 더 늘렸다.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5.5% 늘린 52조9000억원이다. F-35A 등 국방전력을 고도화하거나 첨단 전투장비 보급을 확산하면서 전투역량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장병들의 복무여건 개선을 위한 '사기진작 7종 패키지(인건비, 급식, 피복, 자기개발비 등)'에도 집중 지원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