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얼마만큼의 세금이 나라곳간으로 들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세수 성적표'가 최근 공개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2015년 연간 국세(내국세+관세)수입은 217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조4000억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217조9000억원.
지난해 정부가 징수목표로 잡은 세수(세입예산)가 215조7000억원이었으니,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세가 목표대비 초과로 걷힌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2년부터 3년 동안 내리 이어져온 '세수결손'의 늪을 4년만에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2012년 2조7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그리고 2014년 무려 10조9000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 세수를 많이 창출해 내 복지재원으로 단단히 약속했지만 단 한차례도 초과세수를 달성하지 못했던 박근혜 정부 입장에선 '가뭄에 단비'가 내린 셈이됐다.
하지만 지난해 세수 결과만 놓고 '희망가'를 부를 만한 분위기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추경(감액)을 통해 5조4000억원 규모의 세입결손보전금을 편성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세수 역시 결손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포인트'다.
□ 어디서 얼마나 더 걷혔나? = 지난해 국세 수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세목은 양도소득세로, 전년대비 3조9000억원이 더 걷혔다. 지난해 양도소득세는 총 11조9000억원이 걷혔으며 이는 지난해 양도소득세 예산(10조5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을 초과한 액수다.
양도소득세가 증가했다는 것은 부동산 거래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량은 2014년 578만3000건에서 지난해 682만3000건으로 18% 상승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시행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
양도소득세가 큰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전체 소득세 역시 증가했는데, 지난해 소득세는 총60조7000억원이 걷혀 전년(53조3000억원)보다 7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잡아 놓은 소득세입 예산 58조8000억원보다 1조9000억원 초과된 수치다.
세부적으로 근로소득세는 27조1000억원이 걷혀 전년보다 1조7000억원이 증가했으며, 종합소득세는 12조8000억원이 걷혀 전년보다 1조3000억원이 늘었다. 이자소득세의 경우 2조5000억원이 징수되면서 전년보다 40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전체적으로 임금이 상승한 영향이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 정부에 따르면 2014년 1216만 근로자에서 지난해 1259만 근로자로 근로자 수가 43만명 늘었다. 또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은 314만9000원에서 324만6000억원으로 상승했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38%) 과표구간이 3억원 이상에서 1억5000억원 이상으로 조정된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또 국세청의 사전성실신고 지원에 따른 개인사업자의 신고 실적이 개선됐다는 것이 종소세수 증가에 기여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즉 종소세수 증가는 '순증'이 아닌 정책적인 영향(과표구간 조정)과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과세행정 강화)이 표면화되면서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증가된 셈.
법인세와 개별소비세는 전년보다 각각 2조4000억원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는 지난해 45조원이 걷혔으며, 개별소비세는 8조원이 걷혔다.
법인세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정부는 법인들의 영업실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비과세·감면 정비, 사전 성실신고 지원 효과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별소비세 증가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세금이 인상된 '담배' 때문이다.
총 4조7000억원이 걷힌 증권거래세는 전년보다 1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 증가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여진다.
이 밖에도 인지세(1조원, 전년비 3000억원 증가), 교통에너지환경세(14조1000억원, 전년비 6000억원 증가), 교육세(4조9000억원, 전년비 3000억원 증가), 종합부동산세(1조4000억원, 전년비 1000억원 증가), 주세(3조2000억원, 전년비 4000억원 증가), 농특세(3조8000억원, 전년비 5000억원 증가) 등 전체적인 세수가 증가했다.
세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세목은 부가가치세, 이자소득세, 관세 뿐으로 부가가치세와 관세는 수입부진, 이자소득세는 '저금리 기조' 등의 원인이 각각 작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 실제는 2조 초과 아닌 3조 미달? = 지난해 총 국세수입은 217조9000억원. 국세세입예산 215조7000억원 보다 2조2000억원이 많았으며, 전년보다는 무려 12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돈줄이 탄탄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초과 세수의 이면에는 '세입경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함정'. 세수결손 탈출은 일부 세목에서 예상보다 잘 걷혔기 때문이지만 추경 편성의 영향도 분명 작용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국세 수입 전망을 221조1000억원으로 내놓았다가 지난해 추경 편성 당시 세입경정을 통해 세입예산 목표액을 5조4000억원 줄였다.
올해 초과세수는 2조2000억원. 추경 편성이 없었다면 세수 결손이었다는 이야기다. 단순계산만으로도 3조2000억원의 '세수펑크'가 발생할 뻔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표면적으론 정부가 4년만에 세수결손에서 탈출했다고 하나, 내막을 들여다 보면 4년 연속 세수결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나라가 빚을 내는 방식의 추경으로 일정부분의 세수를 충당하다보니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말까지 집계된 국가채무는 561조원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달 들어 6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2012년~2014년 기간 동안 매년 2~3조원 안팎의 성장만 기록하다가 지난해 12조원 넘게 세수가 성장한 것을 '경기회복'의 신호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세수성장을 이끈 세목들이 호조를 보인 이유를 정부 스스로도 정책적인 부분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 불안요인이라는 것이다.
즉 올해 또는 내년 이후 일시적이나 다름없는 정책의 효과가 상쇄되고 나면 마땅한 대안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기재부가 세입예산 목표(223조1000억원)를 보수적으로 책정한, 차마 말 못할 이유(?)를 이 대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