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8~9위(자기자본 기준) 업체인 대신증권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매출이 호전되어도 수익성은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경영부진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부터 자기자본보다 6~10배에 달하는 부채가 쌓이면서 차입금을 조달해 회사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신증권은 이러한 와중에 지난 6월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렸음에도 이를 공시하지 않아 한국거래소부터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낙인 찍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신증권이 부실을 감추기 위해 단기차입금 관련 내역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3년간 영업이익률 저조… 부채비율 급등
대신증권은 불황의 늪에 빠져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던 2013년(52기) 2조698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8억원에 그쳐 사실상 이익을 내지 못했다. 당기순이익 32억원을 기록하면서 재무구조 악화를 예고했다.
이 회사의 경영부진은 3월 결산일에서 12월 결산일로 바뀐 2013년(53기)에 확연하게 드러났다. 1조4886억원의 매출에 영업손실 11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회사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한 영업외이익이 반영돼 151억원을 나타냈다. 이 기간 자기자본이 비슷한 경쟁사인 하나금융투자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벌여 당기순이익 617억원을 올린 것과 큰 격차를 보였다.
대신증권은 증권업계가 보릿고개를 넘어선 2014년에는 2조2000억원대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당기순이익 437억원, 영입이익 478억원, 영업이익률 2%에 그쳤다. 2012~2014년 대신증권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4%이다.
지난해는 하나금융투자가 대신증권보다 두 배 많은 8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의 총 당기순이익은 1조7236억원으로 실적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대신증권은 주식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올해는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수지 개선은 업계 평균에 크게 못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증권은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161.9% 증가한 1조637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 분기에 비해서 26.9%, 17.4% 감소한 493억원, 42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증권업종의 평균 영업이익이 165.0%, 순이익이 186.9%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회사의 3분기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약 3%이다.
이처럼 대신증권의 이익률이 낮은 것은 과다한 차입금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신증권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차입금, 환매조건부매도증권, 사채 등 금융부채는 2012년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963억원이었던 차입금은 연말까지 9개월 사이 1188억원으로 늘었고, 2014년 509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회사의 총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16조4488억원이었다가 지난 9월 말 기준 18조6028억원으로 2조1540억원 늘었다.
이로 인해 대신증권의 부채비율도 급상승 커버를 그리고 있다. 2013년 3월 659%이던 부채비율은 12월 746%, 2014년 1009.12%로 상승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1278%까지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신증권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은 고객예탁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고객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 예탁한 금액은 재무제표 상에 부채로 계상되고, 이는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주요한 밑거름이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금감원은 증권사의 레버리지 비율을 1100% 미만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대신증권의 수치는 이 권고안보다 훨씬 낮다”고 덧붙였다.
□ 브로커리지 수익 급감에 달러자산 판매 저조 '사면초가'
대신증권의 부실 징후는 수년간 쌓인 차입금 이외에도 영업활동 부진에서 드러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주 소득원인 브로커리지(수수료) 수익이 2분기 대비 17.9% 줄어들었다.
3분기 동안 순영업 수익원인 수탁수수료, 자산관리수수료, IB관련수수료는 전 분기보다 각각 7.1%포인트, 8.4%포인트, 32%포인트 줄어들었다. 반면 수수료 비용은 10.8%를 기록해 지난 분기보다 7.5% 늘었다.
대신증권은 이같은 영업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우스뷰에서 올 3월부터 '달러자산에 투자하라!'를 모토로 달러 금융자산 판매에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기준, 달러RP는 개인 246억원, 법인 81억원 규모로 판매되는데 그쳤다. 달러펀드, 달러ELS, 달러주식은 260억원, 70억원, 108억원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달러금융 자산) 판매 실적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며 "수익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단순히 분산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달러RP만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말 기준(달러 종가 1138원) 달러RP잔고가 569억원에 이르러 역점을 둬 판매한 대신증권보다 높은 실적을 보여 비교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브로커리지에 특화돼 있지만 브로커리지 수익이 나지 않는데다 승부수를 뒀던 달러자산도 잘 팔리지 않는다"며 "지난해 인수한 대신에이엠씨주식회사 등 계열사는 수익이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실적 부진은 해외법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신증권의 유일한 해외법인 홍콩의 대신시큐리티아시아는 올들어 3분기 말까지 4억9766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회계업계 전문가는 "대신증권이 수익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대신증권측은 “홍콩법인은 해외법인의 투자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홍콩법인의 9월 말 현재 세전손실은 4억9000만원 수준으로 당사의 세전이익 규모 대비 매우 작은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 설상가상 차입금관련 불성실공시법인 '낙인'
대신증권은 이런 가운데 회사의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인 단기차입금 변동 내역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단기차입금 한도를 상향조정했지만 이런 사실을 지연공시해 지난 6월 11일 한국거래소로부터 400만원의 공시위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으로 벌점이 부과되고 해당 벌점 부과일로부터 과거 1년 이내의 누계벌점이 15점 이상 되면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차입금 등 빌린 돈의 규모는 투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제재를 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지난 5월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을 했지만 담당 직원의 단순 실수로 공시가 지연됐다"며 "당시 실제 차입금을 늘린 것이 아니라 차입할 수 있는 한도를 기존 1조원에서 2조원으로 증가시켰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