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정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4일 일제히 정상화된 가운데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첨예한 공방이 진행됐다.
금태섭 의원(더불어 민주당)은 "현장을 볼 수 있는 CCTV까지 있는데, 300일이 넘도록 검찰이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느냐"며 논란의 원인이 검찰의 더딘 수사에 있다고 질타했다.
금 의원은 "모든 수사관의 꿈은 현장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냐"며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건의 경우 현장을 볼 수 있는 CCTV까지 있고, 관련 동영상을 모두 다 봤는데 300일이 넘도록 사건이 해결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검찰의 의견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수사를 빨리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금 의원은 "부검 영장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국민들 앞에 부검 얘기를 하면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 왜 300일 넘도록 사건이 해결이 안됐는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말씀한다"며 부검 논란 원인 제공이 검찰의 더딘 수사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노회찬 의원(정의당)은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병사인지 외인사인지 물었고,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외인사라고 답하자, "당시 가족들의 반대로 부검을 하지 않았으며 시신에 있는 총알도 빼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백남기 농민이 어떻게 쓰러졌는냐는 동영상에 이미 다 나와있다"며 "물대포에 의해 쓰러졌고, 지금 수사해야 할 부분은 직사가 적절했는지 살수차 운영지침에 벗어난 위법은 없는지 등 당시 경찰관들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같은 날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재판이 끝나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데, 같은 날 쓰러진 백남기 농민 사건은 조사조차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인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명의로 '물대포 사용 중지 촉구, 백남기 농민 가해자 처벌,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라'는 서한을 받았다"며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으로서 부끄럽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 30부 재판과 형사 24부 재판에서 직사살수는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살수차 운영지침에 가슴 이하로 쏘도록 하고 있고, 동영상에 가슴 위로 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적당한 시력과 약간의 상식만 있으면 (직사살수의) 위법성을 제대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반면 새누리당 주광덕 의원은 서울대 이윤성 교수의 의견을 인용해 부검을 해야한다는 검찰의 입장을 옹호했다.
주 의원은 "이윤성 교수가 '내가 만약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면 외인사라고 했을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 교수도 평소 지론이 부검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 역시 "외인사일 경우 오히려 부검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히면서 "그렇게 (외인사라고) 자신있으면 부검을 왜 안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유족이 반대하면 안 할 겁니까?"라며 "법원의 영장은 강제영장을 의미한다"고 검찰쪽의 부검 영장 집행을 압박했다.
한편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박성재 서울고검장에게 "교통사고로 입원해서 317일 만에 작고하면 변사입니까, 교통사고사 입니까"라며 박 고검장이 교통사고사라고 답하자 "당연히 교통사고가 맞지 않느냐"며 "그게 바로 백남기 농민 사건의 사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이 밖에도 미르·K스포츠 재단을 둘러싼 의혹과 최경환 의원의 롯데금품 로비 수사와 인사청탁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비리 의혹과 검찰 개혁에 대한 문제 등의 질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의원들이 많은 질의에도 불구하고 기관 증인으로 나온 박성재 서울고검장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증인들은 천편일률적인 대답으로 일관해 맥 빠진 국정감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