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비심리를 개선하기 위해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등에 대한 소득공제액을 확대한 가운데, 이 같은 소비 진작책이 민간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가계부채 증가, 성장잠재력 저하에 따른 경기둔화 등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불안요소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가계소득을 늘려 소득기반을 확충하고 가계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사진)은 13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강석훈 의원(새누리당), 윤호중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공동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기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토론회'에 참석, '경기활성화를 위한 2015년 소비세제 개편안 평가' 주제로 발제를 했다.
우리나라 소비여건 하락세…늘어나는 가계부채
발제문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 둔화와 더불어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대부분 하회하는 현상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평균소비성향은 72.9%로 2010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실제 2010년 77.3%를 기록했던 평균소비성향은 2011년 76.7%, 2012년 74.1%, 2013년 73.4%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가구주 60세 이상의 평균소비성향도 떨어지고 있다. 2007년 79.3%를 기록했으나, 2010년 72.6%, 2014년 69.6%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노후대비를 위한 저축성향이 증가하고, 소비성향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소득분위별 평균소비성향도 떨어졌다. 2010년 저소득층(1분위) 평균소비성향은 118.2%였으나, 2014년에는 14.1%p 하락한 104.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5분위) 평균소비성향도 3.4%p 떨어진 61.6%를 기록했다.
가계부채 상환 부담도 민간소비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3년 이후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돌파해 지난해 1089조원을 기록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수준도 2013년 160%로 OECD 28개국 가운데 9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경제여건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후반 이후 둔화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경제성장률은 3.3%였으나, 올해는 3.1%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풀 죽은 소비심리 살리려는 세제개편, 효과는?
가계부채 상환 부담으로 인한 민간소비는 제약되고, 베이비부머 은퇴 등 노년층 중심 소비여력도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풀 죽은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한 소비 진작책을 내놨다.
우선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30%에서 50%로 1년간 한시적으로 늘렸다. 올해 신용카드 등 본인 사용액이 직적연도 대비 증가한 경우로서 2015년 하반기, 2016년 상반기 체크카드 등 사용금액이 각각 2014년 연간사용액의 50%보다 증가한 금액에 한해서다.
또한 개별소비세 과세대상 및 기준가격도 손질했다. 유사제품과의 형평성을 비롯해 소비가 보편화된 점을 감안해서다. 이에 대용량 가전제품 및 녹용·로열젤리·향수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폐지했다. 여기에 2001년부터 동일하게 유지되어 온 과세물품 기준가격을 물가상승 등을 감안해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렸다. 과세물품 대상은 가구·사진기·시계·가방·모피·융단, 보석·귀금속 등이다.
외국인 관광객 미용성형 부가가치세 환급제도도 신설됐다. 미용성형에 대한 내년 4월부터 다음해 3월말까지 1년간 부가세가 환급된다. 문화접대비 손금산입 특례제도도 도입, 일반 접대비 한도를 확대해서 20% 추가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 밖에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소비활성화를 위해 관세법 상 소액관세 면제를 확대하고, 통관절차 간소화(목록통관) 한도도 높였다.
김 연구위원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소비세제 개편과 관련해 "소비심리는 단기적으로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제한된 소비여력 하에서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소득공제 한시적 확대'는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현금영수증으로의 결정수단 변경에 불과하다”며 “민간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비 및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소득기반 확충 및 가계건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창조경제를 통한 자영업 경쟁력 강화, 경제활력 회복 및 일자리 창출, 불안한 노후 대비를 위한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