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 미래에셋증권 자산배분센터/상품기획팀장
"예·적금으로는 물가상승률을 따라갈 수 없는 초저금리 시대입니다. 더군다나 국내증시가 글로벌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한데 국내에만 투자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투자법입니다. 글로벌 시장에 분산투자해야 내 돈의 가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이관순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장은 글로벌 시장으로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오를 듯 오르지 않는 횡보장세가 지속돼 투자자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는 시기에는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라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분산투자의 방법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하는지 이 팀장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연초 예상했던 기업이익 전망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현상이 3~4년 동안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올해 초 시장전문가들이 전망치를 낮춰 잡았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지난해 대비 기저효과 때문에 전망치가 희망적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난망한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초에 잡았던 하향 전망치가 그대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시장에 메르스라는 악재 뿐 아니라 중국 성장률 7% 고착, 미국 금리인상 이슈, 그리스 디폴트 우려 등 '단기적인' 외부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 그리스 디폴트 우려, 미국 금리인상 영향은 제한적
그리스 디폴트 우려는 단기적인 충격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가 디폴트로 갈지, 또는 그렉시트가 일어날 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리스의 GDP는 유럽 전체에서 2% 수준이며,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더라도 유럽 주변국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9월 또는 그 이후가 될 수 있는데, 채권시장에는 단기적인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은 금리인상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임을 계속 시사했기 때문에 금리인상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이다.
2004년과 달리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유럽이나 일본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서 전체 글로벌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 역시 2004년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한편 미국 금리인상이 주식시장에 크게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국의 경제가 그만큼 양호하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증시는 완만한 흐름이 기대되고, 일본과 유럽 증시는 통화정책으로 인한 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 채권보다는 주식, EM보다는 일본을 필두로 한 선진국에 투자
때문에 하반기에는 글로벌 시장에 분산투자해야 한다. 채권 투자를 늘리는 것은 균형을 잃은 선택이다. 글로벌 채권 투자를 줄이고, 주식과 펀드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머징마켓(EM)보다는 선진국에 투자 우선순위를 두고 분산투자해야 한다.
선진국 중 일본을 강조해 가장 큰 비중으로 두고, 미국은 시장 상황을 확인해 가면서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전략을 써야한다.
미국은 이미 주가수익비율(PER)과 벨류에이션이 글로벌 평균치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일본도 이런 수치가 높지만 미국과 유럽 대비 가장 PER과 벨류에이션이 싼데다 기업이익이 상승하는 추세이다.
EM 중에서도 유망한 시장을 찾자면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이 나아 보인다. 아시아권 EM에서는 인도네시아, 인도, 필리핀, 싱가포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선진국 경기 흐름을 쫒아간다.최근 선진국 경기가 호황기가 아니기 때문에 부진하지만, 추후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또 EM 각각의 국가에 투자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 나라 하나하나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 증시의 2%에 불과한 한국증시에만 올인하는 것도 위험하다. 아시아존에 투자할 땐 중국, 한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포함하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좋다.
MSCI ACWI의 국가 구성을 약 50%가 미국, 약 25%가 유럽, 7% 정도가 일본, 나머지는 신흥시장으로 비중을 두고 있다.
□ 미래에셋, 13개 자산군마다 유망 상품 뽑는 '분산투자' 전략
투자처뿐 아니라 상품도 여러 상품을 섞어놓고 분산투자하면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금리가 높을 땐 상품 하나에 넣어서 10% 손실을 보더라도 1~2년 기다리면 손실을 메울 수 있었다. 하지만 기준금리 1.5%시대에는 원금의 10%를 잃으면 복구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때문에 나눠서 투자해 위험을 낮춰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유망한 상품 하나를 골라서 추천하는 것은 지양한다. 자산배분센터 내 상품기획팀은 추천 상품을 13개의 자산군으로 나눠서 자산군별로 상품을 추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자산배분센터는 글로벌자산배분팀, 상품기획팀, Wrap운용팀, 신탁운용팀, 상품지원팀 등 총 다섯팀이 포함돼 있다.
자산배분팀은 자산군별 전망에 따라 투자 비중을 정하게 된다. 상품기획팀은 자산군별로 유망한 상품 유니버스를 자산배분팀에 제공하고, 자산배분팀은 유니버스 중에서 다시 선별해 최종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된다.
주식은 국내주식, 선진국주식, 신흥국주식 등으로, 채권은 글로벌채권, 하이힐드, 국내채권 등으로 자산군을 분류하고, 실물자산, 부동산도 자산군에 편입시킨다.
6월 포트폴리오를 보자면 중위험 중수익형 기준, 주식은 미국 약 10%, 유럽 7%, 일본 5%, 한국 6%, 글로벌 전체 8%, 아시아 13% 비율로, 채권은 한국 21%, 글로벌 12%, 아시아 12%, 하이일드 채권 약 6%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