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R&D 사후검증 추징액, 2021년 27억원→2024년 270억원
논문 표절‧허위 연구원 등록 등 수법
국세청 세금 신고 전 사전검사 권장
◆…세종시 국세청사.
기업들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있지도 않는 연구개발(R&D) 사업을 꾸미다 과세당국에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남의 논문을 베끼거나 연구원 인건비를 부풀리는 등 부당하게 세액공제를 받았는데, 국세청이 이런 기업에 추가 징수한 세액도 3년 전보다 10배나 늘었다.
20일 국세청(청장 강민수)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864개 기업이 이처럼 부당하게 세액 공제를 받아 적발됐다. 155건 적발했던 2021년에 비해 5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추징액도 같은 기간 27억 원에서 270억 원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R&D 세액공제 사후관리 추징 현황. (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매해 연구·인력개발비 사후징수를 실시, 부당 공제 사례를 적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 추징까지 이어진 횟수는 ▲2021년 155건 ▲2022년 316건 ▲2023년 771건 순으로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실제 연구개발 활동 현장을 집중검증한 결과 다른 사람의 논문을 복제·인용하거나 수치 및 사진을 변형·모방한 사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재활의학 병원인 A기업은 소속 연구원의 인건비 수천만 원에 대해 세액공제를 신청하면서 실제 연구개발 활동 없이 타인의 논문을 인용하고 사진과 자료를 모방하며 연구자료를 가장했다. 이후 컨설팅 업체가 연구 증거서류를 대신 써주고, 부당 세액공제가 적발되자 컨설팅 대금을 환불해 주는 등 불법 컨설팅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당국은 연구개발 활동 없이 타인의 논문을 단순 인용해 부당하게 공제받은 인건비 수천만 원을 부인하고 추징했다.
교육서비스업체 B기업은 강사나 일반직원을 연구원으로 허위등록하고 이들에 대한 인건비를 연구원 인건비로 속여 세액공제를 신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연구 행태를 들여다보는 검증은 2023년부터 도입됐다. 연구노트나 보고서 등을 직접 검토하며 작년에만 364개 기업을 적발하고 116억 원을 추징했다. 전체 적발 사례(864개사)의 절반이 여기서 나온 셈인데, 본청의 전문심사관과 지방청 전담팀이 검증에 투입됐다.
국세청은 이외에도 연구 활동은 했지만 공제율이 일반 연구개발(25%)보다 높은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40%)로 신고한 69개 기업에 과다공제세액 62억 원을 추징했다. 또 연구소로 인정 못 받았거나, 연구소 지위가 취소된 178개 기업에 30억 원을 추징했으며, 국가·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은 연구개발출연금을 세액공제 때 포함시켜 과다공제 받은 48개 기업에도 총 15억 원을 추징했다.
■ 부당 공제 오해 없도록.. 국세청 '사전심사' 권장
국세청은 악의 없이 착오로 세액공제를 신청했다가 추후 공제세액과 함께 가산세까지 추징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사전심사를 신청할 것을 당부했다.
사전심사는 홈택스, 우편, 방문접수를 통해 언제든 신청 가능하며, 특히 법인세(3월 말)나 소득세(5월 말) 신고 전에 받으면 심사 때 즉시 반영된다. 사전심사 결과에 따라 신고하면 신고내용 확인 및 감면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고, 추후 심사 결과와 다르게 과세처분 되더라도 가산세가 면제되는 등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올해는 사전심사 우선처리 대상에 '밸류업 표창 중소기업', '국가전략기술' 심사 신청기업을 추가하여 연구개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연구개발 수행기업을 대상으로 관련 온라인설명회, 납세자 세법교실 등 교육도 확대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사전심사 제도를 통해 기업의 성실신고를 지원하고, 연구·인력개발 투자를 촉진해 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성장잠재력 확충에 도움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