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지급 기준, 현행 가구 단위서 개인 단위로 바꿔야"

"장려금 지급대상 가구, 금융자산 정보 사전열람권 부여 필요"
"반기 지급 제도 폐지 및 사후적 분할지급 도입 필요"
"일선 세무서의 전담 부서도 신설해야"

근로장려금의 지급 기준을 현행 가구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현재 수급 대상 중 단독가구의 비중이 높고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사회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장려금 대상 가구에 대한 금융자산 정보 사전열람권을 부여할 것, 반기 제도를 폐지하되 사후적 분할지급을 도입할 것, 일선 세무서의 장려금 전담 부서를 신설할 것 등의 방안도 제시됐다.

27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2024 국세행정포럼'에서 김문정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정연구센터장은 '복지세정업무의 효율적 수행방안'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로 14번째를 맞이한 이날 포럼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국세행정개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국세청의 후원으로 개최됐다.

2009년 최초로 지급된 근로·자녀장려금은 지난해 지급 가구 470만 가구, 지급금액 5조1604억원에 달하는 등 매년 대상자와 금액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복지세정 업무가 확장되면서 정책수혜자들은 혼란이 가중되고, 세무공무원들은 민원에 시달리는 등 문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현재 국세청은 장려금 지급 대상 가구의 금융자산 정보에 대한 사전적 열람권이 없는 상태에서 장려금 신청 안내를 수행하고 있다.

즉, 국세청이 장려금 신청을 안내하면 가구가 신청하는 과정에서 금융자산 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할 것을 동의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안내받은 금액보다 장려금을 덜 받거나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김문정 센터장은 "열람대상을 최소화하고, 확보된 금융자산 정보를 장려금 복지세정 업무에만 국한한다는 조건 하에 금융정보 열람권을 국세청에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근로소득자만 신청 가능한 반기 신청 제도에 대해서는 "실현되지 않은 소득과 자산을 미리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소득이 상대적으로 더 불안정한 노무제공자 등 사업소득자는 혜택을 받을 수 없고, 간혹 이미 지급했던 장려금을 환수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해 민원의 수준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센터장은 "설문조사 결과, 국세공무원의 87.5%는 분할지급에 대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수급 대상 가구는 25.4%만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수급자 입장에서는 분할지급이 중요할 수 있으므로 분할지급의 혜택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반기제도는 폐지하되, '사후적 분할지급'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현행 가구 단위 지급에서 개인 단위 지급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동일 가구더라도 가구원의 소득·재산 수준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서로 독립된 경제 주체로 인지할 가능성이 있어 장려금 탈락 또는 조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더욱이 현재 수급 대상 가구 중 단독가구의 비중이 61%에 이르는 등 1인 가구가 점차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일선 세무서에 장려금 업무를 별도로 수행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세청 본청에는 장려세제과, 소득자료관리과, 학자금상환과 등이 포함된 복지세정관리단이 별도로 분리 운영되고 있지만, 일선 세무서에는 소득세과나 부가가치세과 등의 일부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에 조직체계의 이질성으로 업무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어 별도 조직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가구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 지급 단위를 변경할 경우, 가족 가구의 혜택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저출생이 심화되고 있으므로 가족 중심의 복지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구 단위 지급 체계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분석심의관 역시 "개인 단위로 지급 단위를 변경하는 것은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2018년 세법개정을 통해 가구 기준으로는 수급대상이 아니지만 아르바이트 등으로 근로장려금을 수급하는 30대 이하 단독가구가 급증하는 등 정책 부작용이 있다는 것. 또, "우리나라 조세 제도가 가구 형성 유지에 유리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가족을 형성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종희 국세청 복지세정관리단장은 "사회변화를 고려하고, 제도의 장단점 등을 비교해보며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