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상 초유의 '국세 3조4000억원 탑'을 들어올리며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기업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매년 납세자의 날(3월3일) 맞아 세금(법인세 등)을 가장 많이 낸 기업에게 주어지는 '고액납세의 탑' 수상자 명단 맨 꼭대기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많은 세금을 낸 삼성전자의 사명이 올라갔다.
지난해 2조5000억원 탑을 수상한 삼성전자는 당시에도 사상 최대의 세금을 납부해 기록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꼬박 1년이 지난 올해는 지난해보다 무려 9000억원 많은 3조4000억원 탑을 받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29조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토대로 2조5000억원 탑을 받았고 올해 고액납세의 탑 수상기준점이 된 2013년 36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영업이익을 올려 3조4000억원 탑을 수상했다.
고액납세의 탑이 모범납세자 제도와 달리 세무조사 유예 등 혜택이 주어지는 상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입맛을 돌게할 실질적 혜택은 없지만 고액납세를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쌓을 수 있는 일종의 '명예상'이다. 국가가 기업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주는 무형의 혜택이 있다.
삼성전자는 고액납세의 탑 제도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된 첫 해인 2004년 삼성전자는 국세 1조원 탑을 수상하며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제일 많이 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의 수상이 더욱 의미가 큰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다른 기업들이 실적 부진으로 신음할 때 유독 다른 기업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에 발을 들여놓으며 신기록을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포스코가 1조7000억원 탑을 들어올린 이 후 지난해 삼성선자가 2조5000억원 탑을 쌓기 전까지 1조원 탑을 받은 기업은 단 하나도 배출되지 않았다. 포스코는 이후 2010년을 뛰어넘는 수준의 세금납부실적을 만들어내지 못해 고액납세의 탑 수상자 명단에서 사라졌다.
국내 재계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는 2013년 9000억원 탑을 들어올렸을 뿐 1조원 탑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품고 있는 '삼성그룹'의 힘은 올해 고액납세의 탑 수상자 명단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중공업이 각각 4000억원 탑, 3000억원 탑을 수상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3000억원 탑을 받고 1년만에 납세액 1000억원 이상을 추가, 4000억원 탑을 받았다.
엄밀히 따지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의 '독주'는 한국경제 전체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는 없다.
수 십만개 법인 중 한 개 법인이 전체 법인세수(2013년 기준 법인세수 44조원)의 10%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위험한 측면도 있다.
삼성그룹, 특히 삼성전자가 부진의 늪에 빠질 경우 '답'이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세수는 물론 전체 국가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가해질 공산이 크다.
이미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25조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졌다. 2012년 영업이익 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단기간 동안 확실히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현재로서는 없다. 조만간 출시되는 스마트폰 신제품의 성공여부가 매우 중요한 키로 떠오르고 있다.
고액납세의 탑은 이전 수상액 대비 1000억원 이상이 증가해야 하는 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내년 납세자의 날, 고액납세의 탑 수상 명단의 가장 윗부분은 삼성전자의 몫이 아닐 것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