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앞둔 세무사법.. '업역침해' 논란 이겨낼까

변협-회계사회 "업역침범"..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의견 국회제출

세무사회 "절차 문제 없어, 전문직역 '밥그릇 싸움' 몰아가기 옳지 않아"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에는 △세무사 결격사유 조회가능 △세무사 광고규정 △세무사 명의도용 처벌범위 확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에는 야당에서 총 3건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기재위 소속 김영환, 정태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세무사의 직무범위 확대와 권익신장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 여러 세무사법 '업역침법' 논란.. 전자신고세액공제 운명은?
먼저 김영환 의원의 개정안에는 세무사법 제2조(세무사의 직무)에서 '세무대리'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무사 업무가 세무대리뿐만 아닌 세무상담·성실신고확인 등 실제 업무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은 의견서를 통해 "개정을 통해 포괄적으로 세무사의 직무로 할 수 있도록 해 직역의 본질적 성격을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어, 추후 각 호 개정을 통해 세무사의 직무를 무한정 확장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즉각 반대의견을 냈다.

김 의원의 개정안에는 세무사 직무 중 개발이익환수법상 개발부담금에 한정됐던 '행정심판청구 대리 권한'을 부담금관리법상 부담금 전체(90개)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서도 변협은 "소송법 등 전문지식 없는 세무사가 행정심판청구를 다루면 국민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세무사회는 "모든 부담금이 세금과 유사하게 계산되거나 납부해야 하고 가산금 및 체납처분 등 절차도 세금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국민 편익을 위해 세무전문가인 세무사가 신고 및 권리구제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수한 상황이다.

아울러 김 의원은 '조세신고를 위한 장부작성 대행'만 규정됐던 기존 직무에 '진단' 문구를 추가해 직무범위를 넓혔다. 비슷하게 공공기관·공익법인의 재정지출 적절성 검증, 위탁사업운영 등에 대한 조사·정산·검증·확인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신설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서울시의회가 재의결한 조례안에 공인회계사(회계법인)만 수행할 수 있던 민간위탁사무 수탁기관의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명칭을 변경하고 세무사(세무법인)도 할 수 있도록 판결한 바 있다.

해당 판결과 결부해 세무사회는 "세무사가 세출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업무를 위탁수행하면 국민편익이 증진되고 세금낭비를 막을 수 있다"며 환영했지만, 회계사회는 "그동안 정부 및 지자체가 국민 세금이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보조금, 민간위탁 사업비 등의 부정수급 관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비영리부문의 회계투명성 강화에 찬물을 끼얹고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회계사회 관계자는 "국회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고, 세무사법 개정안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자세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정태호 의원은 세무직무 보수기준 마련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세법에서 정한 세무사의 직무에 대해 정부가 '보수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세무사회는 개정안에 대해 "기준이 없어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회계업계에 도입된 표준감사시간 제도처럼 세무업계도 기본적 업무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국가 성실납세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정 의원의 개정안에는 세무사등록과 관련해 결격사유를 조회할 수 있도록 기재부장관으로 하여금 관계기관장에게 범죄경력자료 등에 대한 조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세무사사무실 사무직원에 대해 실효성 있는 지도 감독을 위해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사무직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세무법인 설립요건을 강화하는 내용도 실렸다. 현재 세무법인은 이사와 직원 중 5명이 세무사여야 하지만, 개정안에는 '주사무소만 두는 경우 이사 3명 이상이 세무사여야 한다'는 규정이 담겼다. 이 밖에 세무사에 대한 기재부장관의 경징계권을 한국세무사회에 위탁하고, 매년 9월 9일을 세무의 날로 지정해 국가가 기념행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실렸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5일 같은 당 임광현 의원은 세무사가 세입은 물론 세금지출(세출)부문인 정부 및 지자체 예산안 및 결산서 작성 그리고 보조금·지원금·출연금·기부금 등의 적정성 검증과 조세지출 사후관리 업무 등 세무사 고유의 업무인 세출 관련 직무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세무법인 설립요건 중 '세무사 5인' 요건을 3인으로 축소하는 안도 담겼다.

세무사법은 아니지만, 세무사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개정안도 있다.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와 관련된 내용이 실렸기 때문.

세무사회는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어떻게든 유지시키기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각종 대응을 하며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세무사회의 의견이 반영돼 실제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달 29일 전자신고세액공제를 납세협력비용 세액공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명칭 변경뿐아니라 공제금액을 상향하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김영환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입법로비?.. 세무사회 "권유일 뿐 강제 아냐"

일각에선 최근 세무사회가 회원들에게 공문을 통해 국회 기재위 소속 의원들에 대한 후원금을 요청한 사실을 두고 '입법로비'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문에는 기재위 위원 명단과 후원계좌 번호 등이 첨부되어 있다. 정치후원금은 연 1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된다면서 세무사 회원뿐만 아니라 사무직원에게도 납부를 안내해달라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세무사회는 '권유'일 뿐 강제가 아니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해 1년 이상 소관부처와 함께 세무사제도 선진화를 위한 세무사법 개정 논의를 해왔으며, 이 중 정부안으로 3건, 의원입법안으로 11건이 발의된 것"이라며 "의원들의 정당한 입법활동을 특정직역의 업역확대를 위한 것으로 매도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논란과 관련해 김선명 세무사회 부회장은 "이번에 정부와 의원입법으로 낸 세무사법 개정안은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준비해 뒤떨어진 세무사제도 선진화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전문직역의 단순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가는 것는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야당 의원 주도로 발의된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발의한 것 외에 나머지는 여야 각 의원실에서 검토한 후 필요성에 공감하신 분들이 우선 발의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입법절차임을 강조했다.

입법로비 논란은 현 세무사회에 반감을 갖고 있는 세력의 공작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후원금 납부 권유는 세무사회뿐만 아니라 회계사회 등 타 이익단체도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다.

세무사회가 정치후원금 납부 권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공문을 통해 후원을 독려하고, 세무사신문에 후원계좌를 올리기도 했다. 일례로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 시절인 2014년, 세무사신문에는 조세소위 소속 의원들의 명단과 후원계좌가 실렸다. 당시 기사 제목은 '전자신고세액공제 존치시킨 기재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에게 감사해야 한다'였다. 당시 세무사회는 신년인사회에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방어해 준 의원들을 대거 초청,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