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11테러 23주년 추모행사…해리스·바이든·트럼프 나란히 참석

미국 9·11 테러 23주년 추모식에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자리에 모였다.

11일(현지시간) CNN,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밤 TV 토론에서 격돌한 두 후보는 이날 오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가 있던 '그라운드 제로'에서 진행된 행사에 참석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기념식에 함께 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추모식에 앞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잠시 정치적 적대감을 뒤로 미루고 서로 악수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악수했다.

유족과 동료들은 23년 전에 사망한 3000명에 이르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이날 추모식은 그라운드 제로뿐 아니라 펜타곤, 섕크스빌에서도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뉴욕에서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로 이동해 유나이티드 항공 93편 추모관인 '플라이트 93'에 방문했다.

그들은 섕크스빌 의용소방대 소속 소방대원들과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가 초당적 통합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트럼프 지지자에게 모자를 건넸다고 앤드류 베이츠 대변인이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과 펜타곤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도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상원의원은 그라운드 제로를 떠난 후 로어 맨해튼 인근 소방서를 들러 소방관들과 사진을 찍었다. 이후 섕크스빌 '플라이트 93' 추모식에 참석했다.

추모식에서 이들의 연설은 없었다. 앞서 국립 9·11 추모박물관은 2012년 희생자 호명식 외에 정치인의 연설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23년 전 이날, 테러리스트들은 우리의 의지를 꺾고 우리를 굴복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며 "그러나 그들은 틀렸다. 그들은 항상 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우리는 빛을 찾았다"면서 "조국을 방어하고 서로를 돕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고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아 추모식에 참석한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날은 매우, 매우 슬프고 끔찍한 날이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미국에 대항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알카에다는 4대의 민간 항공기를 납치했다.

오전 8시 46분 아메리칸 항공 11편이 WTC 북쪽 건물에 충돌한 것을 시작으로 유나이티드 항공 175편이 WTC2 남쪽 건물에 충돌했다. 항공기 충돌·추락은 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의 미 국방부,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로 이어졌다.

이 참사로 총 2977명이 사망하고 2만5000여 명이 다쳤으며 인프라 파괴로 최소 100억 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소방관 340명과 경찰관 72명이 순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