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많은 이들의 희망이 되어주었고 또 앞으로도 희망이 되어줄 '조용근'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 사람아, 지금이 몇 월인데 새해인사야."
꽤 오랜만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은 책을 한 권 냈다길래, 문득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할 말이 없어(?) 새해 인사를 건넸더니 웃음기 섞인 타박과 함께 사무실(서울 서초동 소재)로 놀러 오라는 답이 돌아왔다.
차 한 잔을 마주해 놓고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조용근 세무법인 석성 회장은 언론계에서 유명한 인사다. 범위를 조금만 좁혀 아마 그만큼 언론지상에 많이 난 세무사는 없을 것이다. 나쁜 내용의 기사는 단 한 줄도 없다. 모두 '나눔'이라는 아름다운 가치를 아무 조건없이 신명나게 실천해 가고 있는 그의 인생철학이 적힌 기사들이다.
그래서 포인트를 조금 달리 가져갔다. 그의 사무실 곳곳에 놓여있는 이런 저런 물건들. 아마도 조용근이라는 사람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를 대변하는 물건들일 것이었다.
그 물건들에 묻어있는 그의 인생 흔적들을 쫓아가 보기로 했다.
그의 집무실에 놓인 협탁에는 녹이 잔뜩 묻은 철제 저금통이 하나 놓여있다. 30여년 전 지인이 선물한 이 저금통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선물받은 저금통에 한 달 정도 잔돈을 넣다 보니 3만원 정도 됐던 것 같다. 어디다 쓸까 고민하다, '툭'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냈다. 아마도 내 생에 첫 기부였던 것 같은데 그게 내 인생의 길을 정해준 사건이 될 줄은 몰랐지."
이후 그는 나눔의 길을 전속력으로 달렸다.
국세청 사무관 시절이었던 1994년 부모의 이름 가운데자를 하나씩 딴 '석성장학금'을 만들어 주변의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다가 1984년 부친이 남긴 유산과 사재 등 3억원(당시 재단설립 기본재산이 3억원이었다고 한다)을 만들어 2001년 석성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지금도 석성장학회는 가난한 후배 국세공무원들의 자녀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1년에는 중증장애인들을 돕기 위한 목적의 석성일만사랑회를 만들었다.
자신의 나눔활동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십시일반 기부금을 보내왔고 이를 토대로 충남 논산과 경기 용인에 중증자폐성 장애인 생활관인 '석성 나눔의 집'을 2채나 만들 수 있었다.
"나눔 활동이 많이 알려지니까 여기 저기서 기부를 해 왔다. 안산에서 사업하는 내 오랜 친구도 매달 100만원씩 보내온다. 그 친구가 기부를 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을 때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곳곳에 아름다운 기부천사들이 많다. 얼마전에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젊은 부부가 찾아와 매달 석성일만사랑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사랑의 마음들을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고 있다.
30여년 전, 만약 그가 철제 저금통을 선물받지 않았다면 그는 어떤 인생을 살아 왔을까.
지금은 다른 저금통에게 자리를 물려준(?) 이 저금통이 없었다면?
"조금 늦었겠지만, 그래도 나누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나누는 것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 길을 걸어왔지. 그 앎의 계기가 이 저금통이었을 뿐인 것 같다. 언제든 다른 계기로 나눔을 접하고 그 나눔을 인생의 모토로 삼았을 것 같다."
1946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조 회장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느 날인가, 나와 두살 터울 남동생이 영양실조로 누워 있는데 어머니가 고기를 구워 왔지. 무슨 고기인줄 어떻게 알아. 막 먹었고 나는 기운을 차렸는데 그만 동생이 죽었지 뭐야. 조금 지나 알았는데 그게 '쥐' 고기였다."
그를 아는 사람들(물론 언론 보도로도 많이 알려졌지만)은 그에게서 쥐 고기 이야기를 서너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린시절 그 가슴 아픈 사연을 조 회장이 틈만 나면 이야기 하는 이유가 있다. 그 시절의 그 아픔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아픔에 대한 반발심리에서라도 벌만큼 돈을 벌었으면 자신을 위해 펑펑 쓰고 다닐법도 한데, 그는 엉뚱하게(?) 어려운 이웃들에게 돈을 쓰고 다닌다.
너스레 섞인 말투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20살도 안된 나이에 세무공무원이 되서 40년 동안 세금 뜯어내가며 살았으니, 이제는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뜯은 것 이상으로 다 돌려주고 떠날거야."
가난함에 사무친 19세 청년은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고위직 공무원(대전지방국세청장)을 거쳐 세무사가 됐고, 그 세무사들의 대표자인 세무사회장까지 지내며 화려한 인생을 살아왔다. 요즘 말로 '금수저'를 자식들에게 물려줄 정도는 됐다.
하지만 그는 이 세상에 많은 '흙수저'들에게 작은 행복이라도 주기 위해 자신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신이 난단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 내가 가진 것을 주면 많은 이들이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신명나게 만든다고 한다."나는 평생 세금쟁이니까 국세청 후배들 중에서 제2의, 제3의 조용근이 나와주면 좋겠다. 우리 국세청 후배들 정말 능력있다. 삶이 바쁘다보니, 일이 힘들다보니 아직 나누는 즐거움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내가 할 수 있는 일 최선을 다해 하고 세상을 떠나겠다. 무슨 일이냐고? 나누는 일이지, 나눔의 기쁨과 재미를 알도록 가르쳐 주는 일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