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차 공간 확보 여부 심사 강화 요구…면세점 입찰 기업들 ‘비상’
면세점 이익은 기업, 교통정체 등 사회적 비용은 시민 부담…묘수 없나
오는 10일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대형 관광버스 주차공간 확보 여부와 시민불편 해소가 막판 입찰평가에 영향을 줄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가 국토교통부를 통해 면세점 허가와 관련,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 심사기준을 강화해 달라는 의견을 관세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면세점 입찰기업들의 주차공간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HDC신라·현대백화점은 ‘느긋’, 도심 후보지 신세계·SK 등은 ‘비상’
문제의 발단은 현재 6곳의 면세점 중 소공동 롯데, 신라, 동화 등 3개 면세점이 상습 교통정체지역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불편을 주고 있는데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기업 중 롯데, 신세계, SK네트웍스 등 3곳이 동대문과 남대문 지역에 매장을 운영할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3곳에 추가해 신규 면세점이 또 들어설 경우 이지역 교통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 문제에서 비교적 느긋한 곳은 도심 한복판에서 떨어져 있고, 상대적으로 넓은 주차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HDC신라·현대백화점·한화캘러리아 정도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 중 현재까지 가장 많은 대형버스 주차시설을 확보한 곳으로는 ‘HDC신라’가 꼽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DC신라는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예정지를 정하고 용산역 이면 부지에 대형버스 350대 전용 주차장을 신설할 계획이고, 버스 43대 규모의 공용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용산구청과도 협의를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또한 유일하게 강남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한 현대백화점(현대DF)의 경우, 도심공항터미널 등에 35대 대형버스 전용 주차장을 마련했다. 더불어 강남구청과 업무협약을 통해 인근 800m 거리의 탄천주차장에 100대의 대형버스 주차 공간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향후 강남구가 아셈로 지하주차장을 조성할 경우 그 공간도 추가로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는 것이 현대 측 주장이다.
한화갤러리아도 주차 공간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대형버스 100대를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주차시설을 확보했고, 인근 한강고수부지 공용주차장을 추가로 활용할 계획이다.
반면에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입지를 선정한 업체들은 주차 공간 확보가 쉽지 않아 적잖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본점에 면세점 입지를 정한 신세계DF는 면세점 부지 주변에 16인승 소형버스 25~30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반경 2~3km내, 본점과 10분 거리에 있는 외부 주차장을 임차해 대형버스 50~60대를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신세계는 현재 확보된 대형버스 주차장 위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밝힌 본점 반경2~3km안에는 북으로는 경복궁, 남쪽으로 남산, 서쪽으로 이대·신촌 동쪽으로는 명동·을지로 지역이 해당하지만, 실제 마땅한 주차장 부지를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밖에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 건물에 대형버스 33대와 인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27대, 인근 학교, 공영주차장 등을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케레스타 빌딩에 마련한 주차 공간을 제외하고 인근에 마련한 주차장은 면세점 이외의 관광객들도 함께 사용해야 하는 주차장이어서, 근본적으로 주차 공간을 마련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즉, 관광버스가 관광객을 내려주고 쇼핑이 끝날 때까지 주변을 배회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롯데의 경우 동대문 피트인에 대형버스 전용 주차장이 없어 DDP 이면도로에 대형버스 27대를 주차할 수 있도록 지역상권과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랜드는 서교자이갤러리 내 주차장과 망원지구 공영 주차장, 상암동 등 주변 주차장과 연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면세점 이익은 기업…교통정체, 소음 등 사회적비용은 시민 부담?"
충분한 주차 공간 확보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관광객들에게도 ‘편리한 관광 인프라’라는 긍정적 이미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선 고려돼야할 사항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도 도심주변의 주차난과 교통체증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간과한 체 사업자를 선정한다면 이 지역 교통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돼 서울 시민과 관광객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것이 교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 도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이 일대는 평소에도 교통 혼잡과 면세점을 오가는 관광버스들의 주정차로 인해 항상 차가 막힌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면세점이 생긴다면 돈은 기업이 벌겠지만, 매연과 소음에 교통정체까지 시민들만 고생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소공동과 명동 일대의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월평균 152건에 달해 지난해 월평균 76건(총 912건)과 비교하면 100% 이상 증가했다.
면세점 입찰기업 한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경쟁력이 비슷비슷하고, 서울시가 주차공간 확보를 중요한 요소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주차 공간 확보가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며 “이번 심사에서 주변 교통 체증에 따른 시민과 관광객들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진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