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과세를 위해 법인세 최고구간을 신설해 누진적인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오히려 법인세율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5일 민주당 홍종학 의원·경실련의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세제개편 방향'에 참석해 현행 3단계 법인세 구간에 최고 과표구간인 1000억원 초과(세율 27%)를 신설해 4단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 과표구간 2억원 이하·세율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20%, 200억원 초과·22%가 적용되는 구간도 조정해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구간을 2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로 조정해 22%의 세율을 적용하고 100억 초과 1000억원 이하 구간에는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강 교수는 법인세 개편안에 대한 세수증대 효과를 6조1173억원으로 전망했다.
강 교수는 "법인세 인하의 투자 및 고용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에 집중된 비과세·감면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해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며 "개편안에 따른 세수 증대는 주로 상위 1% 대기업에서 발생하고 하위 30% 이하의 기업들에게는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강 교수의 의견에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이 OECD 국가 중에서 4번째로 높다"며 "대기업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중소기업에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고 해서 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냐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강조했다.
송 실장은 "복지재원을 확보하고 소득재분배를 위해 법인세 인상이 더 필요하냐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법인세 누진체계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법인세를 단일세율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법인세 과세를 강화한다고 해서 세수효과를 얻으려고 해도 쉽지 않다"며 "고용규모를 줄이거나 임금수준을 줄이거나 제품가격을 올린다던지 조세전가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대기업이 받고 있는 비과세·감면제도를 과감하게 조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상은 근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소득세하고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법인세는 주주에게 부담이 가는데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개미들은 높은 세금을 매기고 중소기업 주식을 보유한 주주한테는 낮은 세금을 매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교수는 "법인세는 주주한테 간 배당금 등 이중과세 문제도 있다. 소득세는 누진세로 가는 것이 정당하지만 법인세를 심하게 누진적인 구조로 가면 불합리하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없다"며 "법인세 특징을 감안했을 때 4단계로 세분화하는 것은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자증세 '의견분분'…'부가세율 인상' 주장 제기
강 교수가 제안한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을 8800만원 초과 1억2000만원 이하 구간과 1억2000만원 초과구간으로 개편하고 최고세율을 42%로 인상하는 안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우철 교수는 소득세 강화와 관련해 "세액공제 효과가 더 강력하다. 세율을 42% 걷는 안은 아직까지 조세저항도 있고 급하지 않나 싶다"며 "고소득층의 실제 소득수준이 5600만원 이상 계층인데 그렇다면 5600만원 이상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태일 교수는 "40% 가까운 근로자들이 면세를 받고 있다. 전반적으로 소득세를 적게 내고 있다"며 "고소득층일수록 이득을 더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자증세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소득세 개편을 하는데 있어서 부자증세만을 가지고 한다는 것은 약하다"고 지적했다.
송 실장은 "소득세율을 높인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세입기반이 약하고 면세점이 높은 것이 문제"라며 "높은 자영업자가 원인이다. 이들의 과표양성화를 전제로 해서 부가세 간이과세 폐지 등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부가세율 인상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며 "복지재원을 늘리려면 보편적 조세인 부가세 인상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세회피처 거래 납세자 입증책임' 제안…정부 "신중해야"
조세피난처와의 거래에 대해선 납세자가 입증책임을 하는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의 제안에 기획재정부가 신중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문창용 기재부 조세정책관은 "입증책임을 납세자로 전환하는 것은 소송법상 예외를 두는 것이라서 신중해야 한다"며 "프랑스는 해외계좌와 관련해서 입증책임을 납세자에게 주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가 다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문 정책관은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형평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이밖에 종교인의 소득과 공무원의 직급보조비에 대한 과세 내용을 담은 정부의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문 정책관은 ""성역화 된 부분들을 터치한 것에 대해 우리도 나름 해묵은 과제를 털어냈다고 자평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