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감세효과…법인세, 부가세 실적 '부진'
5월까지 부족액 10조 육박…추경 감안시 20조 '부족'
기재부 "2차추경 없다. 세수부족분 어느 정도 커버 가능"
지난 정부 과도한 세입전망과 장기간 경기침체 상황이 맞물리면서 사상 초유의 세수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 정부와 현 정부 책임소재를 가리기 전에 감액경정을 골자로 한 2차 추경 필요성 등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명목적인 세율인상은 없다고 천명했지만, 당초 구상한 공약을 수정하거나 상당액의 세입·세출조정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의견들마저 시간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15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나성린·이재영(새누리당), 안민석(민주당)의원 등에게 제출한 올해 1~5월 세수실적 현황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총 82조1262억원의 국세가 걷혔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91조1345억원)보다 9조원 가량 줄어든 수치다.
□ 사상 초유 세수부족, 왜 발생했나? = 이 같은 세수감소 현상은 경기침체 상황과 법인세 감세(減稅)효과 등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수결손 상당부분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라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5월까지 법인세는 작년보다 4조3441억원이나 덜 걷혔고, 같은 기간 부가세도 1조8271억원이나 줄었다. 세수감소 규모의 60% 이상(6조1712억원)이 두 세목에서 비롯된 셈이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작년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는 물론 법인세 중간과표(2~200억원 22%→20%) 신설에 따른 감세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부가세 감소는 무엇보다 내수침체로 국내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매년 보수적인 전망으로 예산(세입전망)대비 추가세수 실적을 올렸던 정부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올해 남은 마지막 세수확보 카드는 7월 부가세 확정 신고와 8월 법인세 중간예납 뿐인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세수확보 전망치를 좀 더 정확하게 추산하려면 7월 부가세,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이 나와야 하지만, 현재까지 실적이 예년보다 많이 부진해 세입전망을 재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5월 종합소득세 실적이 포함되면 세수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던 국세청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참고로 4월까지 세수실적은 작년보다 8조7000억원 감소한 상태였다. 지난 한달 세수부족분이 4000억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정부 예상과 달리 올해 연말로 갈수록 세수부족 현상이 더 심각해 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실제 '20조 구멍'…2009년 금융위기보다 '심각' = 표면적으로 드러난 세수부족분은 지금까지 약 9~10조원에 이르지만,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이미 정부는 지난 5월 17조3000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 이 가운데 무려 12조원(공기업 매각대금 포함)을 예산부족분을 벌충하는데 사용했다. 여기서 정부가 경제성장률 등 전망치 오류로 감액된 세입예산만 6조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올해 국세수입 전망도 당초 사상 초유로 200조원을 돌파(205조4000억원)할 것이라는 기대치에서 벗어나 199조원으로 최종 수정됐다. 이를 감안할 때, 결국 현재까지 실질적인 세수감소분은 작년 예산편성 시점보다 15~16조원 감소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보다 좋지 못한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정부는 사상 최대규모인 총 28조4000억원의 슈퍼추경을 편성, 이 가운데 11조2000억원을 세입추경에 사용했다. 그해 총 세수실적이 154조원으로 당초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세수부족 규모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민석 의원은 "정부가 하반기 경제상황을 낙관하고 있지만, 생산·소비·투자 모두 부진한 상태에서 연말까지 20조원 상당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 기재부 "2차추경 없다"…전문가들 "특단조치 필요" = 사상 초유의 세수부족 사태에 과세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매일 세수점검 회의를 열어 진도율을 측정하는 등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경기침체 상황에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사인력 등 현실을 감안할 때 '노력세수'의 발판인 세무조사를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통해 걷을 수 있는 추가 세수확보 규모는 연간 4~5조원을 넘어서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대법인 이외 중소법인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할 경우 단기적으로 세수야 늘겠지만 경제 전체적으로 손실이 크기 때문에 오래갈 수 없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세입결손을 메꾸기 위한 2차 추경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예산도 결국 국채발생 방식으로 추후 혈세(血稅)로 메꿔야 하지만, 당장 곳간부족으로 정부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재정당국은 아직까지 2차 추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경기가 풀려 세수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작년 4~5조원 상당의 예산불용액 등을 고려하면 세수부족분을 어느 정도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