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는 물론 공무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였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부 파견자 명단이 지난 8일 공개됐습니다.
각 부처에서 총 53명의 공무원이 인수위에 파견돼 전문위원과 실무위원으로 활약하며 향후 '박근혜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줄텐데요.
여기에 따라 각 부처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합니다.
파견 공무원이 어느 부처의 어느 분야이냐에 따라 향후 5년간 신임 대통령이 어디에 힘을 실어줄지 짐작케 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3명이라는 가장 많은 공무원을 파견한 외교통상부와 국방부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획재정부도 총 3명의 직원을 파견했지만,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당초 4명이 인수위에 파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제금융, 정책조정, 종합정책 분야 등 3명으로 인원이 줄었기 때입니다.
매번 인수위 파견에 빠지지 않던 재정부 대표 실·국 중 하나인 세제실은 실망감이 더 큽니다. 이번 인수위에 세제실 직원이 단 1명도 파견되지 않은 수모 아닌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재정부 세제실보다 더 우울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관세청입니다.
청 전체를 통 털어 단 한 명의 공무원도 인수위에 보내지 못한 관세청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이번 인수위에서도 관세청은 물론 관세정책 전체를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관세청 직원이 인수위에 전문위원과 실무위원으로 참여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FTA의 중요성 때문에 인수위 파견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실제로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가 본격적으로 발효되면서 관세 정책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FTA 협상과 체결을 추진하는 문제는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등 중앙 부처에서 주로 담당하지만, 정작 FTA 발효 이후 상대국과 불거지는 무역마찰을 비롯해 관세조사, 원산지확인 등 FTA와 관련된 대부분의 실무 행정은 관세청이 전담합니다.
우리 수출입 기업들이 FTA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관세청이야말로, 수출중심 경제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어갈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셈입니다.
무역 1조 달러 돌파 등 급증하는 교역량과 함께 늘어나는 불법무역행위 단속은 물론 수출입기업 지원, 불법 자금세탁 및 재산해외도피 차단 등 관세 정책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특히 EU·미국 등과의 FTA 체결을 강력히 주장했던 새누리당 소속의 대통령이야말로 관세청을 홀대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돌아왔습니다.
더구나 관세청이 라이벌로 생각하는 국세청에서는 인수위에 두 명이나 공무원을 파견시킨데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커 보입니다. 국세청은 두 명이나 보내는데 관세청은 한 명도 없다니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솔직히 인수위에 관세청 직원들이 파견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를 줄 알았다"며 "이번 정권에서도 윗선에서 관세청을 홀대하고, 관세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라고 서운함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