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판정 문제, 양극화 해소와 직결"
"비거주자 종합DB 구축 등 시스템 정비 필요"
최근 국세청이 벌이는 역외탈세 세무조사에서 국내 거주여부의 판정이 과세의 방향을 가르는 열쇠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거주자 판정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어느 나라에서도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 해외를 드나들며 국제거래를 통해 교묘하게 모은 재산에 대해 역외탈세 과세가 효과적으로 이뤄져야만 공정과세는 물론 양극화 문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명예퇴직 한 윤종훈 법무법인 바른 고문(사진)은 최근 서울국세청 사무관급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강을 통해(특강 제목 : 거주자 문제의 중요성과 그 판정)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윤 고문은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개방형 경제체제이며 대외의존도가 90%가 넘는 과도한 대외의존형 경제"라고 전제한 뒤 "이런 높은 대외의존성과 글로벌화는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 및 조세회피의 유혹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특히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1997년 IMF 관리체제 이후 그 빈도와 규모가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세청이 지난해부터 역외탈세에 대해 역점을 두고 조사와 관리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한 뒤 "(역외탈세와 관련해) 거주자(Resident) 판정 문제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주자 판정 문제는 각 국가의 과세권 행사와 납세자 이중과세부담 방지를 위한 것이 기본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양극화 완화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국제거래를 이용해 재산증식과 소득증대를 도모하면서 세법상 규정되어 있는 거주자 문제를 교묘히 위장해 조세를 회피하는 사례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는데도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 윤 고문의 설명.
그는 "부모는 물론, 자녀들까지 외국국적을 취득하게 하면서 국내에 일정기간만 거주하고 세계 최고 수준인 의료보험 등 국민을 위한 제도상의 혜택은 누리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과세를 위해선 보다 촘촘한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에게 애국심이나 도덕심을 강조하는 것은 전혀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모든 비거주자인 국민에 대한 종합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입법을 통한 효과적 해결책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고문은 특히 "법은 늘 현실을 뒤따라가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국세공무원들이 전문지식과 사명감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