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꼼짝마" 고삐 죄는 국세청, 예산·조직 '확충'
국제거래 규모 큰 내국법인, 역외탈세 조사강도 'Up'
'그림자 조직' 부활?…조사국 비노출 때와 다르다
국세청이 지난해부터 역외탈세 차단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인프라(Infra)'를 토대로 연초부터 본격적인 역외탈세 잡기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 관련 예산으로만 78억원을 배정 받았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한-스위스 조세조약 개정안이 국회 비준동의가 완료됨에 따라 스위스 비밀계좌를 일정부분 열람할 수 있는 공식 루트마저 확보했다.
국세청은 특히 역외탈세 차단 고삐를 바짝 죄기 위해 기존 역외탈세담당관실을 중심으로 한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 외국어 등에 능통한 정예요원 수십명이 해외를 누비며 역외탈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달 단행된 국세청 직원들의 정기전보인사에서 역외탈세 정보 수집 임무가 주어진 정예요원들의 흔적들은 국세청 직제에서 사라졌다.
그들의 주된 업무가 고도의 기밀을 요하는 '정보수집'에 있는 만큼, 철저한 비밀조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 예산 '증액'+국제공조 '강화' = 국세청은 일단 역외탈세 차단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지난해 보다 많이 확보했다. 좁디좁은 한반도를 떠나 세계를 무대로 이뤄지는 역외탈세 행위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일.
지난해 58억원의 예산을 배정 받은 국세청은 올해 78억원의 예산을 따냈다. 해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할 정보원(해외세정연구관)의 체류비와 이들의 정보활동비를 넉넉하게 확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국제공조 강화라는 외부 성과도 만들어졌다.
오랜 세월 동안 굳게 닫혀 있던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계좌를 열어볼 수 있는 루트가 공식 확보된 것이다.
지난해 1월1일 이후 조세정보 교환을 골자로 한 한-스위스 조세조약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 비준동의가 완료됐다. 스위스도 오는 7월 중 비준동의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부터는 의심 가는 혐의자가 스위스 은행에 보유한 계좌를 열어볼 수 있을 전망이다.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없는 스위스 비밀계좌를 열람하는데 장벽이 어느 정도 사라진 만큼, 국세청은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및 세금 추징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 조직 정비, 역외탈세 조사 동력 '확보' = 6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총 156건의 역외탈세 기획세무조사를 진행, 총 9637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비록 수납율이 저조하긴 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충분히 낸 셈.
국세청은 올해 역외탈세 차단 고삐를 바짝 죄기 위해 기존 역외탈세담당관실을 중심으로 한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했다.
현장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국세청 조사국 업무를 일부 조정, 국제거래 규모가 큰 내국법인은 조사1국 또는 조사2국이 아닌 국제거래조사국 소관으로 이관, 조사의 강도를 높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제거래 조사전문요원들을 대거 선발해 조사반 곳곳에 투입하는 한편, 정기조사대상 내국법인의 국제거래 현황에 대해 조사 착수 전에 철저한 사전분석을 거쳐, 실제 조사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그림자 조직' 부활?…"조사국 비노출과는 달라" = 역외탈세 차단과 관련해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역외탈세 정보를 수집할 '비밀 정예요원'들을 별도로 선발, 일선 현장에 집중 배치했다는 점이다.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산하에 배치된 10여명 규모의 비밀 정보요원들은 국내 및 조세피난처, 한인 밀집 지역 등 해외 현지를 뛰어 다니며 역외탈세 관련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분석·조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특히 노출시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업무특성을 감안, 이들의 신상을 대내외에 전면 비공개 형태로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지난 2003년에도 "세무조사와 관련한 학연·지연·혈연 등을 통한 비공식 접촉과 로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며 조사국 직원들의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세청의 이번 방침은 '그림자 조직'의 부활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당시 '조사국 조직의 비노출 운영'과 '역외탈세 요원에 대한 비노출 운영'은 목적이나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과거 비노출 운영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지는 못하지만 '비리가능성의 사전차단'에 무게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정보요원'들의 활동제약과 외교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한 필요에 따른 조치라는 것.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없던 일로 되어버린 조사국 조직 비노출 운영과는 달리, 이번 역외탈세 관련 요원들에 대한 비노출 운영형태는 시간이 흘러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