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 재정비 들어간 공수처...'구속영장 카드 꺼낼 수도'

공수처, 물리적 충돌 없이 영장 집행 어려운 상황 판단

체포영장 유효기간 6일까지...5일 영장집행 가능성 높아

체포 과정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 방안도 거론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열을 재정비하며 다음 단계를 두고 고심중인 것으로 4일 전해졌다.

공수처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어 추후 절차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5일 영장 집행을 재시도하거나 법원에 사유를 소명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 구속영장 청구 등 다양한 선택지가 거론되고 있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 특수단으로 구성된 공조본은 전날 오전 8시 4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관저 입구 안으로 진입했지만 경호처와 군부대에 가로막혀 관저 200m 앞 지점에서 발길을 돌렸다.

경호처가 200여명의 인력과 차벽을 동원해 강하게 저항하자 공수처는 사실상 물리적 충돌 없이 영장을 집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전날 오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가 체포영장의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최 대행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6일까지인 만큼 오는 5일이나 새벽을 노려 영장을 집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기간 내 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에 체포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체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다. 구속영장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발부된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면 최장 20일 동안 구금해 수사할 수 있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수도 있다.

과거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곧바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사례가 있다. 다만 당시엔 체포영장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어서 지금의 체포·구속 제도가 조금 달랐다.

만약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되면 '공수처는 내란 수사권이 없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이 힘을 잃고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이 힘을 얻고 수사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