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길어지면 국가신용등급 하향될수도...美 외교 우선순위도 밀려

국책연구기관, 탄핵 정국 장기화할 경우 경제에 악영향

계엄사태, 韓 대외정책에 있어 매우 부적절한 시기에 발생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의지로 인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2일 국내 채권 1조287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조 원을 상회하는 외국인 채권 순매수 규모는 지난 10월28일(1조6454억원 순매수) 이후 1개월여 만에 최대 수준이다.

탄핵 표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코스피는 4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 ETF'는 뉴욕 증시에서 한때 53포인트까지 떨어졌다가 회복세를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코스피 지수가 연일 상승하며 이번 사태의 충격을 털어냈다고 진단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는 탄핵 정국에도 한국 국가신용등급이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들은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탄핵 국면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에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으로 국가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계엄령 선포 이후, 여전히 정국 전개방향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바 그 경제적 영향을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금융시장 지표 이외에 현 경제상황을 평가할 만한 지표가 부재"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탄핵 정국이 빠르게 수습되지 않으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동맹 재검토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에서 정치적 마비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는 "(트럼프 임기가 시작되면) 한국과 독일에 주둔한 미군 병력이 축소되거나, 동맹에 10%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며 "모든 나라가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만나 손해를 줄여보려 할 텐데 리더가 없는 한국은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역사 및 공공정책센터 국장은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는 한국의 대외정책과 경제에 있어 매우 부적절한 시기에 발생했다"며 "한국 정부는 중요한 시기에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교류하기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보고서를 통해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4% 증가해 견조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으나, 계엄 사태 여파로 정상급 외교를 비롯한 통상대응이 사실상 중단되고 차기 미국 정부와의 소통에 차질이 생기면서 그에 따른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