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가운데 바이든 사퇴…위기의 네타냐후, 트럼프 만날까

이번주 방미…美의회 연설·해리스와 회담 예정

"극우 연정·바이든 행정부·트럼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워"

바이든 사퇴 불구 현 행정부에 외교·군사 지원 호소해야

트럼프 재선시 관계 재설정 제안할 수도…회담은 불확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레바논, 예멘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로 압박을 받고 있는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네번째 의회 연설을 가질 예정이다.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이스라엘이 20일(현지시간) 예멘 본토에 대한 공습도 강행하면서 중동 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커지는 사퇴 압박으로 결국 대선 후보직을 내려놓았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11월 대선까지 3개월가량 남은 시점에 민주당이 아직 대선 후보를 확정 짓지 못한 상태인 반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피격 사건 이후 급등하고 있다.

이 가운데 AP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네타냐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 양성 판정으로 격리 중인만큼 양 정상의 정확한 회담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는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도 회담을 가진 후 24일(현지시간)에는 의회 연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불확실성 속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은 여러 청자를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그의 의회 연설이 이스라엘 극우 연정, 외교적 군사적 지원을 기대하는 바이든 행정부, 11월 당선 시 관계 재설정을 제안할 수 있는 트럼프의 공화당 모두를 만족시키기엔 어려울 것이라며 그가 정치적 위기에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바르일란 대학교의 에이탄 길보아 미-이스라엘 관계 전문가는 "이번 순방에는 지뢰와 함정이 몇 개 있다"며 "보통 네타냐후는 그런 함정에서 벗어날 줄 아는 정치의 마법사지만 이번에도 유효할지는 불확실하다"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네타냐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의 정치 생존 열쇠가 되고 있는 극우 연정은 하마스 궤멸과 전쟁 지속에 대한 의지를 듣고 싶어할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초청에 "우리를 파괴하려는 자들에 맞서 우리의 정의로운 전쟁에 대한 진실을 제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워싱턴 근동정책 연구소의 데이비드 마코프스키 아랍-이스라엘 관계 전문가는 "네타냐후는 자신이 미국에서 여전히 환영받고 있다는 것을 이스라엘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전쟁 발발 이래 이스라엘 편에 서 왔으나,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로 인해 이를 비판하는 미국 내 여론과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은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을 우려, 무기 지원 인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방문 일정 중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날지는 불확실하다. AP통신은 양 측이 회담을 가질 시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으며 가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