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수업과 점심 식사, 방과 후에 도난 사고 집중
학생 "학교 측이 사건 은폐하려는 태도에 언론 제보"
학교 측 "사과받고 싶다는 학생들 대화 통해 풀겠다"
◆…경기도 북부의 한 고등학교에서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 도난 사고가 잇따르자 학교 측이 가정통신문을 통해 에어팟 관리를 잘 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제보자제공/연합뉴스
2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쓰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이 잇따라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개학한 이후 지금까지 3학년에서만 에어팟 절도 사건이 10건에 이르고 작년에도 같은 일이 10건 이상 발생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에어팟과 기능이 비슷한 국산 제품에 대한 도난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주로 체육 수업과 점심 식사, 방과 후 등 학생들이 소지품을 두고 다니는 시간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은 범인이 한명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에어팟을 잃어버린 후 영영 못 찾은 학생들도 있지만 며칠 뒤 사물함 등에서 찾은 경우도 있다. 범인이 훔친 에어팟을 가지고 다니다 위치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아무 곳에나 버려둔 것으로 추정됐다.
학생들의 폐쇄회로(CC)TV 확인 요구에 학교 측은 최근 CCTV를 추적해 범인 1명을 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으나 범인을 공개하지 않아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어 학교 측은 지난 12일엔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학생들에게 귀중품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하면서 '개인물품 분실 시 책임은 학생 본인에게 있다'고 강조해 학생들의 공분을 샀다.
에어팟을 도난당한 한 학생은 "입시를 앞두고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해 용돈을 모으거나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구입한 35만원짜리 에어팟을 잃어버려 경제적,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 친구들의 의견을 모아 언론에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 측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언론의 관심과 보도가 학생들의 권리와 안전을 도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를 통해 학교 측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교의 교감은 "에어팟 절도 사건이 자주 발생한 것은 맞지만 최근에만 10건에 이른다는 학생들의 주장은 과장됐다. 분실된 일부 에어팟은 회수해 주인에게 돌려주었고 가정통신문을 통해 고가의 물품을 학교에 갖고 오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난 사고의 원인은 말하기 어렵다. 범인의 사과를 받고 싶다는 학생들의 입장은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