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로이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문화의 인기에 힘입어 라면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한국 라면 제조업체 농심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세계 라면 시장은 500억 달러(약 68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지난해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농심의 가장 인기 있는 매운 라면인 '신라면'은 2023년 9억 달러(약 1조200억 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으며, 이 중 약 60%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농심은 2030년까지 미국 내 연간 매출을 15억달러(약 2조원)로 3배 성장시켜 최대 라면 제조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FT는 "K팝, 한국 영화, 드라마의 등장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서구인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특히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를 소개하면서 라면 요리가 한 단계 더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서 빠르고 맛있고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이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용재 농심 국제사업부문장은 "과거에는 아시아인들이 주로 라면을 즐겼지만 요즘은 미국 현지 젊은이들이 매운 음식을 즐겨 먹게 되면서 현지인들과 히스패닉들이 주 소비층이 됐다"고 했다.
농심의 가장 큰 해외 시장은 미국으로,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농심은 미국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도요수산(東洋水産)에 이어 시장 점유율 25.4%를 기록하며 2위에 진입해 있다.
코스트코, 월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가 있는 북미 지역에서 농심의 지난해 매출은 5억3800만 달러(약 7300억 원)로 10% 증가했다. 경쟁사인 삼양의 불닭볶음면도 인기를 끌면서 미국 내 라면 붐에 일조해 올해 삼양 주가는 두 배 이상 뛰었다.
이 부문장은 미국에서 신라면 블랙을 앞세운 고급화 전략을 펼친 것이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미국인들은 고기 맛과 쫄깃한 면이 있는 매콤한 국물을 좋아했다"며 "경쟁사보다 2~3배 비싸지만 더 맛있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선호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미국 월마트가 신라면 위치를 틈새 아시아 식료품 코너에서 '큰 상징적 의미'를 지닌 주류 식품 코너로 옮긴 것을 언급하며 올해 미국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심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5월 가동을 시작한 LA 2공장에 신규 생산라인을 추가하고 있다. 미국 3공장과 수출 전용 국내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농심은 현재 미국 2곳, 중국 3곳 등 해외 5개 공장과 한국 5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현지 경쟁업체의 부상으로 판매가 정체되고 있다. 농심은 유럽 시장에도 진출해 내년에는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는 신라면이 영국과 독일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1분기 이 지역 매출이 30% 이상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부문장은 유럽 시장 전망에 대해 "현지인들의 음식 자부심, 라면을 정크푸드로 보는 부정적 인식, 엄격한 수입 규제 등으로 뚫기 힘든 시장"이라고 말했다. FT는 농심이 7월 올림픽 기간 동안 파리에서 마케팅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유럽 매출은 3분의 1 증가한 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유로모니터의 서니 문 리서치 매니저는 "유럽인들은 매운 음식에 여전히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간편식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받아들였다"면서 "미국과 달리 유럽 사람들은 음식에 관해 보수적이며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럽에서 조만간 라면 붐이 불기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