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에 등 돌린 유색인 유권자 공략…민주당 텃밭서 유세

유색인·빈곤층 거주 '사우스 브롱크스'서 이례적 선거유세

트럼프 선거 캠프, 민주당 텃밭 뉴욕 승리 노려

형사재판 중 트럼프, 사법시스템 거부감 가진 흑인 표심 기대

바이든, 물가상승·가자전쟁 문제로 흑인·히스패닉 지지 잃어

백인 지지층을 기반으로 삼아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색인을 대상으로 선거유세를 하기 시작했다. 최근 물가 상승,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정책 등을 이유로 조 바이든 현 미 대통령에 등을 돌린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대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뉴욕의 사우스 브롱크스에서 선거유세를 진행했다.

사우스 브롱크스는 뉴욕에서도 다양한 유색 인종과 빈곤층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인구 중 히스패닉과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64%, 31%에 달한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지지층은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뉴욕에서 무려 23%포인트 격차로 패배했다.

무엇보다 사우스브롱크스는 2020년 69%포인트 차로 바이든을 지지했으며 2016년에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90%포인트 이상 격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 지역이다.

다만, 로이터는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유색인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측은 1984년 이후 공화당 후보의 뉴욕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선거캠프 관계자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랜 뉴욕 거주 이력, 소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 등을 고려해 브롱크스 유세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거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미국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흑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고 있는 바이런 도널즈 공화당 하원의원(플로리다주)은 AP통신에 "뉴욕과 브롱크스에서 유권자들을 겨냥하는 전략은 전형적인 유세와 다르지만, 트럼프는 미국을 정상궤도로 돌리기 위해 모든 사람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응해 바이든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종차별 음모론을 장려했다는 새로운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으나 트럼프 선거캠프는 "해당 캠페인은 흑인 유권자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흑인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자니야 토마스 미디어 책임자는 "바이든의 정책이 흑인 가정을 더 깊은 빈곤으로 밀어 넣고 있다"며 "흑인에 대한 가혹한 선고법과 투옥률 증가를 통해 흑인 사회에 불균형적으로 해를 끼친 1994년 범죄법 통과의 핵심 인물이 바이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트럼프 측의 유세는 최근 물가 상승, 이민 문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등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유권자들을 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위스콘신을 제외한 5개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NYT는 "경제와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 층과 흑인, 히스패닉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잃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역대 최고 수준인 49%에 달했다. 또한 유권자 58%가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80%가 물가 상승이 가장 큰 재정적 문제라고 답했으며 이어 소득 수준(49%), 임대료(32%) 등의 문제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