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유가상승에 석유사업 실적 견인…배터리는 '흔들'

1분기 영업이익 6248억…외형 축소 불구 수익성은 개선
석유 5911억 흑자전환…화학도 가동률 회복에 1200억↑
배터리, 손실액 3100억 늘어…해외설비증설 탄력적 조정

SK이노베이션이 1분기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에 석유사업이 전년도보다 개선되고 화학과 윤활유도 이익이 늘며 업황 부진에 빠진 배터리와 소재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고강도 투자를 단행하며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음에도 정유 부문의 의존도가 커 지난 2022년 상반기 최대 호황기를 누린 뒤 유가따라 빚어지는 널뛰기 실적이 여전한 모습이다.

29일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8조 8551억원, 영업이익 6248억원, 당기순손실 976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1.5% 감소하고 순이익 적자가 지속된 반면 영업이익은 66.6% 늘어난 실적이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3.5% 줄고 순이익이 적자지속으로 기록됐으나 영업이익이 760.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도 대비 1.3%p, 직전분기보다 2.9%p 개선됐다.

외형은 2022년 3분기 22조 7534억원으로 처음 20조원을 돌파하며 최대 기록을 달성한 뒤 약 2년째 20조원대를 회복하지 못하는 흐름이다. 감소세를 겪다 작년 3분기 19조 8891억원으로 반등했지만 최근 2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전사 비중 91% 수준에 달하는 에너지와 화학사업이 견조한 매출 흐름을 이어왔으나 지난해 2분기까지 외형 성장세를 지속하던 배터리 사업이 불리해진 업황에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부분이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사업은 2022년 2분기 1조 2880억원의 매출을 거둔 뒤 작년 2분기 3조 6961억원 고점으로 상승 곡선을 나타냈으나 올 1분기엔 1조 683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1분기에 수익성이 다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으나 정제마진이 역대 최고수준이었던 배럴당 20달러대로 고점을 찍은 2022년 2분기 2조 3292억원으로 최대이익을 거둔 뒤로 7분기째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등 등락이 심한 흐름이 이어졌다. 영업외손실은 직전분기보다 4800억원 가량 손실액이 커졌는데 환율과 유가 변동이 심했던 상황에서 환관련 손실과 유가관련 파생상품 손실 등이 각 1500억원 정도 포함된 영향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각 사업부 중 주력 석유사업이 1분기 영업이익 5911억원을 거두며 전분기 1652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오펙플러스(OPEC+, 석유수출국기구와 비오펙 주요 산유국 협의체)의 감산 합의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OSP 인하가 겹쳐 유가·정제마진 강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OSP는 아시아에 판매하는 원유 가격에 붙는 프리미엄으로 통상 두바이유에 OSP가 더해져 최종 판매가가 결정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의하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2022년 상반기 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고점을 찍은 뒤 그 해 말 70달러대까지 하락했으며 이듬해 1분기 80달러대를 보였으나 2분기 들어 70달러대로 재차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3분기 상승세를 거듭해 90달러를 넘어섰으나 4분기 다시 하락세에 돌입해 연말 70달러 후반대를 형성했고 올 들어 반등이 이뤄져 1분기 말 85달러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 같은 유가 흐름은 석유사업에 영향을 미쳐 정유업계에서 고질적으로 빚어지는 널뛰기 실적 흐름을 내비치게 했다.

석유화학 사업은 업계 전반에서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에도 전분기보다 1240억원 가량 늘어난 1245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직전분기 30~70% 가동률에 그쳤던 공정들의 정기보수가 종료돼 회복하며 판매량이 늘었고 벤젠(BZ) 스프레드 개선과 납사(나프타) 가격상승에 따른 재고관련이익 412억원 등이 더해졌다. 회사측은 "SK지오센트릭의 포트폴리오는 아로마틱의 비중이 70% 수준으로 수요회복이 더딘 올레핀 제품 비중이 동종업체 대비 낮은 편"이라면서 "파라자일렌(PX)의 경우 생산능력이 국내 최대 수준"이라고 불황에도 타 사 대비 견조한 실적을 거둔 이유를 설명했다.

2204억원의 영업익을 거둔 윤활유는 견조한 수요에 판매량이 늘었으나 기유마진 감소로 인해 전분기보다 1.6%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와 달리 석유개발사업은 지난해 3분기 생산에 돌입한 남중국해 17/03 광구의 생산량 확대로 판매물량이 늘어 전분기 대비 44.2% 증가한 1544억원의 영업익으로 전사 실적에 기여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 둔화세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사업이 매출 감소에 더해 전분기보다 3100억원 가량 손실폭이 커진 331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 생산법인이 90% 초중반의 수율을 보이며 해외법인 생산수율 이슈를 해소했으나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부정적 영향을 끼쳤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액도 직전분기 2401억원에서 1분기엔 38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소재사업도 판매량 감소와 가동률 하락에 고정비 부담이 커져 전분기 116억원 영업익에서 64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은 시장 불확실성이 아직 존재하지만 고객사 재고조정 완료에 따른 출하량 증가와 신규 차량 출시 등에 따른 업황개선을 전망하고 하반기 손익분기점(BEP) 돌파 목표는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비우호적 업황에 대응하고자 유럽과 중국의 설비증설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원가절감 등 내실다지기에 집중하며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기 이후를 준비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관련 이익과 정제마진 개선 등으로 에너지, 화학사업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증가해 1분기 실적을 이끌었다"면서 "배터리 사업은 캐즘에 따른 판매물량 감소와 판가 하락 등으로 인해 1분기 수익성이 다소 부진했지만 대규모 수주에 따른 글로벌 전 생산설비의 가동률 향상과 AMPC 확대 등의 영향으로 중장기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회사는 2분기 오펙플러스의 감산 지속과 함께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정제마진이 견조하게 유지돼 석유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강세를 보여온 휘발유 시황에 더해 부진했던 등경유 수요도 여름 휴가철 대비 항공유 비축 등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함에 따라 시황 회복이 이뤄질 것이란 판단이다.

또 일각에서 불거진 중동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원유수급 문제에 대해 "도입 원유 중 70% 이상이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으로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언급되는 등 원유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이 나오고 있지만 과거 수차례 반복된 유사 사례로 볼 때 봉쇄로 이어진 경우가 없었던 만큼 실제 봉쇄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우회 루트를 확보해뒀으며 봉쇄를 대비해 대체 원유를 신속하게 수급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