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공사계약 맺고 펀드자금 편취
부동산 개발 정보 알고 가족명의로 선행투자
대주주에 불법 신용공여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 B사 임원은 가족 법인을 통해 투자하고 있는 C사의 사업기회 확보를 위해 D사 업무 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일부 정보 등을 수차례에 걸쳐 C사에 제공했다.
사모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가 급증하는 가운데 일부 대주주·임직원이 위법·부당하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엄단하기 위해 중점 검사항목으로 선정해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18일 금감원은 "금융투자회사의 임직원은 고객의 이익 및 재산을 보호하고 소속 회사의 건전성 유지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책무를 망각한 사익추구는 고객의 이익을 훼손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시장의 질서를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주요 사익추구 행위 유형으로는 대주주·임직원이 허위·가공 계약, 미공개 직무정보 활용,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을 통해 본인 또는 특수관계자가 투자기회를 제공받아 이익을 향유하거나, 펀드·고유재산 등을 편취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
일부 운용사 임직원은 펀드 자금 편취를 목적으로 허위의 공사계약 또는 컨설팅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확인됐다.
허위·가공의 용역 계약 외에도 명의상 인물을 내세워 회사 및 피투자회사의 자금을 편취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임직원이 직무상 알게된 미공개 정보 등을 자기 또는 특수관계자가 사적으로 이익을 획득할 수 있도록 투자기회로 활용한 사례가 적발됐다. [금융감독원 제공]
일부 운용사·증권사의 임직원은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정보, 투자예정 기업 내부 정보 등을 직무 수행과정에서 알게 된 후 직무정보 활용 사실의 은폐를 시도했다. 가족 또는 가족명의 법인 등을 활용해 프로젝트금융투자(PFV) 또는 투자예정기업에 선행 투자하는 방법으로 사익을 추구했다.
투자대상 자산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허위의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해 저가로 수익증권을 매수해 차익을 실현하는 등 실제 정보를 역으로 이용해 투자자를 기망한 사익추구 행위도 드러났다.
아울러 일부 금융투자회사의 대주주, 임원 등은 특수관계자에게 이익기회를 제공·확보할 목적으로 부당한 신용을 제공하거나, 주요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해 영향력 행사 또는 이해상충 관리의무를 해태하기도 했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는 대주주 또는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을 갖는 대표이사 등 고위 임원이었다. 이들에 의한 사익추구의 경우 회사의 내부통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임직원 등의 사익추구 행위는 내부통제가 취약한 회사와 특정 업무 분야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펀드 전문 운용사 또는 중·소형사 금융투자회사에서 발생했다. 과거 부동산 활황기를 틈타 자금이 집중되고 내부감시가 소홀했던 대체투자 분야에서 발생 빈도가 높았다.
사익추구 행위는 통상적인 내부통제활동만으로는 이를 적발하기 어렵도록 설계되는 등 점차 진화하는 양상이다.
임직원이 본인 명의로 직접 이득을 취하는 방식보다는 차명 또는 가족법인 명의로 사익을 추구하고 있었다.
허위 증빙을 구비하거나, 도관체(SPC, PFV 등)를 거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법 행위의 은폐를 시도했다.
금감원은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도 적발됐으나, 대주주 또는 고위 임원이 주도한 사익추구 행위도 적발됐다"고 밝혔다.
내부통제에 대한 책무가 주어진 고위 임원에 의한 경우 조직적인 지원 또는 방조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었다.
위법행위 방지·적발 의무가 있는 책임자가 이러한 행위를 방관하거나 일부 지원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 사익추구 행위 근절을 위해 지속적인 점검과 함께 엄정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금융투자회사의 내부통제활동 활성화를 통한 자체적인 재발 방지 노력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