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업종의 주요 이슈는 IRA와 북미 수주 기대감... 양극재·분리막 '주목'

신영證 "이차전지 소재기업 가치는 향후 전방시장 수급환경에 따라 결정"

"IRA 세부내용 확정 및 양극재 대규모 장기공급계약 공시 기점에 달려"

신한투자證 "IRA수혜 본격화, 대장주의 실적 턴어라운드 등 예상"

SK아이이테크놀로지·WCP 등 소재업체 목표주가 '상향' 조정

국내 이차전지 소재 기업의 기업 가치는 근본적으로 미래에 예상되는 전방시장의 수급 환경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상반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내용 확정과 양극재 대규모 장기공급계약 공시를 기점으로 북미 중심의 주요 소재 수주 기대감이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영증권은 20일 이차전지 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이차전지 업종의 주요 이슈를 이 같이 짚었다.

박진수 연구원은 "중국발 공급 과잉 이슈로 상반기 주요 업체별 재고 소진 지속으로 상반기 실적은 부진했으나, 하반기를 기점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중국산 소재 공급으로 가동률과 실적이 부진했던 분리막 또한 하반기를 기점으로 가동률 상승 및 판가 하락 완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종 내 최 선호주로는 엘앤에프(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38만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1만9천원)을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상반기 이차전지 업종의 주요 이슈는 IRA와 북미 수주 기대감으로 분석했다. 1월 말 포스코퓨처엠의 40조원 양극재 공급 계약 공시를 기점으로 주요 양극재 업체들의 수주 모멘텀이 강화됐고, 북미 투자 요건이 필수가 된 동시에 중국 업체의 북미 진입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리막, 전해액에 대한 수혜 기대감도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적 측면에서는 △리튬 등 주요 메탈 가격 변동과 이로 인한 판가-원재료 투입 원가 시차에 따른 부정적 래깅 효과(양극재·동박·전해질) △2022년 말부터 이어져 온 중국 높은 배터리 재고 수준 및 유럽 발 고객사의 재고 조정에 따른 Q 감소(동박·분리막)가 주된 이슈였다.

1분기 중국 신에너지차(NEV) 판매가 부진했고, 높아진 현지 배터리 재고 수준에 맞춰 주요 업체는 상반기 중 재고 소진을 지속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4월 기점으로 판매량이 반등하며 하반기를 소재 물량 증가 효과는 재개될 전망이다. 유럽은 2022년 연말부터 높은 재고에 대한 이슈가 있었으나 상위 고객사의 재고 조정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다만 중국, 유럽의 경우 EV 침투율이 이미 각각 29%, 22%으로 올라온 동시에 수요를 견인할 만한 보조금이 축소·폐지되며 장기 전방 수요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미국은 낮은 전기차 침투율에 더해 소비자 수요를 자극할 보조금 지급이 시작됐다"며 "IRA 법안 해석 및 중국 업체의 진입 시도에 따른 리스크는 잔존하나, 북미시장 성장에 기반한 기존의 투자 포인트들은 훼손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차전지 소재 기업의 기업가치는 결국 향후 예상되는 전방시장의 수급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관측했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앞으로도 공급 부족이 지속될 전망이며 이는 북미 시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6년, 2027년 이후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하반기 중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박 연구원은 분리막도 주목해야 할 소재라고 봤다. △IRA로 북미 내 중국 경쟁사와의 경쟁 강도는 완화될 것이라는 점 △글로벌 분리막은 2025년 이후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점 △소재의 탈중국 난이도를 고려 시 상위 고객사의 북미 진출 요구가 전해액보다 선제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점에 근거한 분석이다.

그는 "이에 따라 향후 북미 중심의 공급자 우위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한투자증권도 기존에 분리막 업체들을 이차전지 최우선주(Top picks)로 제시한 이유에 대해 △IRA 수혜 본격화 △대장주의 실적 턴어라운드 시작 △길어진 주식 시장 내 소외에서의 탈피가 핵심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용진 연구위원은 이날 이차전지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IRA을 위시한 미국 정책에 대한 다양한 노이즈들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며 폭스바겐을 대주주로 둔 중국계 배터리 업체인 궈시안 하이테크가 미국 CFIUS를 통과했다는 뉴스가 대표적으로 이는 실질적으로 IRA를 우회해 미국 투자가 가능하다는 뉘앙스로 읽혀진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만약 올해 미국이 발표할 해외우려집단(FEoC)이 느슨하게 설정된다면 IRA 정책의 중국 배제에 따른 수혜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차전지 하반기 전망에서 강조한 것은 정책 모멘텀은 정치적 이슈에 따라 변하는 변수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FEoC 발표에서 중국을 타이트하게 제한한다면, 1차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이 수주에서 배제되면서 국내 업체들에게 수혜겠으나 중국 공급망을 배제해야 한다는 숙제도 남는다"며 "거꾸로 FEoC 발표에서 중국을 느슨하게 풀어준다면 상기했던 것처럼 중국 업체들이 북미발 수주를 확보하는 경쟁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리막 업체들은 정치적 변화와 상관없이 미국발 모멘텀이 상수라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분리막은 원료로 커머디티인 레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주요 분리막 업체인 창신신소재와 중재과기는 모두 명백한 중국계 기업으로 FEoC에서 제외되기 힘들다. 따라서 북미 시장은 국내 분리막과 일본계 분리막의 경쟁이 될 것이 명확하다"며 "SK IET와 WCP는 하반기 중 북미발 대규모 수주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며 북미 모멘텀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 분리막 커버리지 목표주가를 상향으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SK IET의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기존보다 14% 상향 조정하고, WCP의 목표주가는 기존 대비 21% 상향한 85만원으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