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을 국민연금으로 전환? 위헌 소지 있다"

정창률 "연금화 중요...중간정산 해지 규제 강화"

한국노총 "퇴직금 공적연금 전환은 위헌"

고용부 "적립금 늘려 '연금화' 유도...수수료 감면 혜택도 고려"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국민연금으로 전환하거나 국민연금공단으로 운용주체를 통합하자는 논의에 대해 전문가들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

양대노총과 참여연대 등 300여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퇴직연금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에 의하면 최근 퇴직연금 개혁과 관련한 논의는 네 갈래로 구분된다.

퇴직연금을 부분 혹은 전부 국민연금으로 이전하자는 주장과 퇴직연금을 준공적연금처럼 운영하자는 의견이 있다. 또 현재의 민간 운영방식을 유지하자는 의견과 여기에 공적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퇴직금 제도가 보편화된 만큼 퇴직연금 가입을 강제화할 여건이 굉장히 잘 마련돼 있다"며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중퇴기금) 제도가 일종의 가입 플랫폼으로, 퇴직연금 의무화로 가는 중간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퇴직연금의 종신연금화가 중요하다. 전환율은 금융기관이 아니라 법률로 정해야 한다"며 "중간정산이나 해지와 관련된 규제를 강화하고, 기금형 도입을 통해 거버넌스 개혁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퇴기금 제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노후 소득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작년 9월부터 시행됐다. 2020년 기준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4.0%로 대기업(90.8%) 1/4 수준에 그친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도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후불적 급여 성격이 있고, 사회보험과 달리 근로자가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며 "퇴직연금 일부를 노사합의나 동의 없이 공적연금으로 전환하는 건 위헌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미연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 사무관 역시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을 쉽게 하려고 사적재산인 퇴직연금을 이용하려는 것 같다"며 "국민연금은 세대간 이전이 목적이지만 퇴직연금은 '내 돈을 내가 쓰는 것'이다.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으로 일부 전환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동의했다.

박 사무관은 퇴직연금의 역할과 관련해 "1층 국민연금은 기초생활, 2층 퇴직연금은 표준적 생활, 3층 개인연금은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하는 게 역할"이라며 "퇴직연금은 소득대체율이 현재 10% 수준인데 25% 정도를 목표로 한다"고 정의했다.

그는 퇴직연금 의무화에 대해 "퇴직금은 사내 적립 의무가 없어 임금체불이 발생할 수 있다.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퇴직연금으로 단일화하자는 것"이라며 "퇴직연금을 의무화하면 일시금으로 못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급연령에 도달하면 일시금 수령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립금 규모를 키워 '연금화' 해야 한다. 실제로 연금수령 현황을 보면 적립금이 1억9000만원 수준이었다"라며 "연금화를 위해 세제개편과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근로자가 IRP에 추가 납입하면 정부가 일정 금액을 매칭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퇴직연금의 일부를 국민연금공단이 통합관리하자는 '준공적연금화' 논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모습이었다.

박 사무관은 "국민연금기금이 퇴직연금사업자로 투입돼 수수료를 낮추고 경쟁을 촉진시키는 '메기' 역할을 하자는 건데, 이미 대규모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추가로 돈을 가져간다는 건 견제장치가 없어진다"고 봤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보험료 징수과정이 비교적 단순한데 퇴직연금은 노사합의에 따라 기업마다 다르다"며 "국민연금공단이 해보지 않은 사업을 하는 건 비효율적이고, 국민연금이 금융기관에 위탁하면 추가 비용도 든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관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크면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구조라, 중소기업에 수수료 부담이 크다"며 "1월 출범한 TF에서 중소기업에 수수료 감면 혜택을 주는 논의를 마무리했고 6월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퇴직연금 사업자가 적립금 유치뿐만 아니라 운용성과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자 수익률에 연동한 수수료 부과체계를 연내 도입할 계획"이라며 "최근 중퇴기금이라는 작은 기금제도를 도입한 만큼 효과성 분석을 토대로 중장기적 과제로 기금형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