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민주주의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세미나
미국, 퇴직연금 적극 운용해 애플, 구글 등 혁신기업 육성
일본, 예금·부동산 위주 투자...30년째 하락장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원금보장 바람직하지 않아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메리츠자산운용 제공)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의 퇴직연금의 90%가 은행 예금에 방치돼 있다”며 “이는 개인의 노후준비 부족을 넘어 국가경쟁력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리 대표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 국민을 풍요롭게 하는 주주민주주의,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세미나에서 “지금의 미국을 만든 건 퇴직연금 제도”라며 퇴직연금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존리 대표는 “미국은 401K라는 퇴직연금을 통해 월급의 10%를 투자하도록 해 양질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돼 왔다”며 “아이디어가 있으면 창업하고 투자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혁신기업들을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이 등락을 겪으면서도 결국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건 40년 동안 꾸준히 유입된 퇴직연금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30년 전 ‘잘 나갔던’ 일본은 주식투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30년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주식이 아닌 예금, 부동산에 투자했고 새로운 도전에 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존리 대표는 “최근 논의되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선택지가 있는 것은 문제”라며 “이런 식으로 가면 앞으로 30년 후 일본처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안인데 원리금보장형 선택지가 포함돼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말 확정기여(DC)형 적립금 가운데 83.3%가 원리금보장형, 16.7%가 실적배당형에 투자됐다. 실적배당형의 연간수익률은 13.24%였지만 원리금보장형의 경우 1.69%에 불과했다.
존리 대표는 “주식투자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라며 “퇴직연금이라는 양질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도록 투자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주주의 횡포와 같은 주식시장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안심하고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새로운 기업이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