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호 백석대 경상학부 교수
몇 일전 한국관세학회 주관으로 국내무역관련 학회가 모여 통관취급법인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우리나라 관세사제도와 통관취급법인제도에 대한 발제와 열띤 토론을 통해 학자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으로 재조명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관세사(Customs Broker)제도는 납세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관세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통관취급법인제도는 관세사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 아니라 상법상 일반 법인에 대해 '통관 업무를 허용한 법인'으로서 관세사 아닌 자가 관세사를 고용해 통관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관세사제도의 예외 제도이다.
하지만 지난 1990년부터 추진된 수출입 통관업무의 전산화로 수출과 수입신고에서 수리까지의 최소의 시간만 소요되는 현재 시점에서는 통관취급법인제도를 통해 신속통관을 지원한다는 본래 취지가 퇴색되어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통관취급법인제도의 오늘과 내일을 살펴봄으로써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을 시기라고 생각된다.
현행 통관취급법인제도의 법과제도상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전문자격사인 관세사제도의 예외조항인 통관취급법인제도는 당초 도입 목적을 상실하였을 뿐만 아니라 관세사의 전문성과 독립성 훼손, 타 자격사제도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존치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수출입전과정에서 One-Stop Total Services를 통한 일관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운송과 보관 하역 등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을 가진 통관취급법인업체가 많지 않고, 대부분 필요한 업만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법제정 취지와는 상이하게 통관취급법인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통관취급법인제도의 운영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통관취급법인의 수와 실적이 감소되고 있으며, 수익성 및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아울러 대형 및 우수 국제물류주선업자가 통관취급법인 등록을 기피하고 있으며 통관취급법인의 고용관세사 채용 등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통관취급법인 고용관세사의 경우에는 일반관세사에 비해 경영주에 의해서 구속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독립성 및 직업윤리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는 문제와 함께 통관취급법인 고용관세사의 과다한 수출입신고 처리도 문제점으로 나타난다.
통관취급법인제도의 법과제도상의 문제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관취급법인은 주로 동종업계와의 경쟁과 통관취급법인의 수익성 및 매출액의 지속적 악화의 문제를 가장 큰 문제로 인식했지만, 일반관세사의 경우에는 관세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등 근본적으로는 현행의 통관취급법인제도에 내재되어 있는 법과 제도적 문제점이 훨씬 큰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통관취급법인의 운영상 문제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통관취급법인 소속관세사의 경우는 현재 통관취급법인의 감소와 통관실적의 급감, 통관취급법인의 수익성 및 매출액의 지속적 악화를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일반관세사의 경우 현재 통관취급법인 고용관세사의 과다한 수출입신고 처리의 문제와 통관취급법인 고용관세사의 독립성 및 직업윤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관세사법에서는 통관취급법인제도가 폐지에 따른 신규 통관취급법인의 등록이 제한되더라도 기존 통관취급법인의 지위는 유지되어야 하므로 관세사법에서 별도의 경과규정을 만들어 기존 통관취급법인이 폐업 전까지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의 신설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관세사, 관세법인 등 관세사만이 통관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신규 통관취급법인의 등록이 제한된다면 합리적인 관세사제도 운영과 통관절차 확립이 이뤄지도록 관세사법시행령과 관세사 직무수행에 관한 고시에서 위탁의 의제와 관련된 내용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며, 관세사법에서 자격사제도의 공정성 유지를 비롯해 의뢰인 보호, 국가세수확보 등을 위해 자격사 아닌 자가 자격사를 고용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비자격사에 의한 통관업의 제한 규정을 별도로 신설한 필요가 있다.
통관취급법인 소속관세사는 기존과 동일한 업무수행을 통해 통관실적 증대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직업윤리 의식을 강화하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외부에서 바라보는 통관취급법인에 대한 지위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관세사는 관세와 무역업무 및 관련법에 전문성을 가지고서 관세행정과 화주에 다가가야 하며 화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로서 법적 지식과 사고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통관 업무에 신속하고 적정한 업무처리능력을 누구보다도 갖추어야 할 것이며, 전문자격사로서 직업윤리와 윤리강령을 준수하는 등 관세행정업무의 동반자로서 관세행정의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통관취급법인제도는 최초의 도입취지는 이미 달성했지만, 현재는 통관취급법인의 수와 매출액의 지속적인 감소 등 운영상의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고, 국제물류주선업자들의 지속적인 통관업 허용 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관취급법인제도의 폐지를 통한 신규 등록 업체의 제한이 필요한 시기라고 보여 진다.
또 통관취급법인제도가 도입 당시의 환경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련 주무부처도 한번쯤 통관취급법인제도의 존치여부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본 칼럼은 한국관세학회의 공식견해가 아닌 개인적 견해임을 밝힙니다.
최준호 백석대 경상학부 교수 (한국관세학회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