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청약이 마감됐다. 청약결과는 17일 공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각 사 홈페이지]
비금속 세계 1위 생산 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영풍과 MBK의 주식 공개매수 청약이 마감됐다. 청약을 집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최종 결과는 17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11일 자사주매수가를 89만원으로 또 올리는 등 총력 방어에 나서면서 영풍 측의 목표였던 14% 확보는 힘들지만 한 자릿수 지분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청약 마감일인 14일 고려아연의 주가는 80만원으로 6천원 오르며 출발해서 81만8000원까지 상승했지만 오후엔 하락세를 보이다 79만3000원으로 하락마감했다. 공개매수가격과 4만원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이번 공개매수의 관건은, 영풍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현재의 지분 33.13%를 얼마나 더 늘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상대편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은 33.99%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영풍 측은 3.5% 정도만 더 확보하더라도 최 회장 측 의결권을 앞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공개 매수로 7% 내외를 얻어 의결권 기준 과반을 확보하면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MBK 측으로 넘어간다.
오늘 청약 마감후 업계에서는 영풍 측이 한자릿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돼, 여전히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불확실하다는 설명이다.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이 9월 19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풍 측은 과반 지분 확보를 위해 지난 9월 13일 최초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매수가격을 66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이후 고려아연의 주가가 오르자 75만원으로 상향했고, 고려아연 측이 자사주매수를 발표하자 다시 83만원으로 매수가격을 올리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이에 맞서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측도 자사주매수라는 카드로 영풍의 공개매수에 대항했다. 자사주 매수가격을 83만원으로 제시해 당시 75만원이었던 영풍의 공개매수를 저지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영풍이 공개매수가격을 83만원으로 올리자, 지난 11일 자사주매수가격을 다시 89만원으로 올렸다.
영풍 측의 공개매수는 14일 청약이 마감됐지만,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매수는 23일까지 진행돼 당분간 장내매집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므로,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이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2.5% 지분에만 의결권이 있어서 양측 모두 지분 확대를 위해 장내 매집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양측의 싸움은 지분확보에 그치지 않고 상대에 대한 비난과 소송까지 확대됐다.
영풍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매수가 주총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면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관련 행위에 대해 내부자 정보 문제가 있다면서 조사를 시작했다.
또, 경영권 분쟁 이슈가 확대되면서 일반 국민들에 대한 인식 조사도 실시됐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고려아연 분쟁사태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62.6%가 사모펀드인 MBK에 고려아연이 매각될 때 기술과 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고 대답해 그렇지않다는 의견 25.2%보다 2.5배 가량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모펀드인 MBK의 고려아연 인수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고려아연의 재무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매수를 위해 2.7조원의 차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풍측은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이 24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고, 고려아연 측은 즉각 "주당 89만 원에 20%를 전량 매수해 소각하는 경우에도 부채 비율은 78%로 여전히 100% 미만일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의 강진혁 연구원은 11일 시황보고서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에 대해 재무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면서, 1조4107억원의 차입금이 3조9742억원으로 증가하고, 자본총계가 9조7590억원에서 7조955억원으로 감소해 부채비율이 현재의 36.5%에서 86.3%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 :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강 연구원은 밸류업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분석하면서, "자사주가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자본 효율성을 낮추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고려아연의 가치를 극대화하면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 할 수 있는 쪽이 승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