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보다 투명하고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세청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조세일보 조세정책연구소장, 한양여대 교수)은 지난 26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이종구·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세무학회, 한국납세자연합회, 한국조세정책학회, 재무인포럼,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세청법'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오 회장은 발제를 통해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다른 정부기관과 차별되어야 한다"며 "국세행정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투명하고 독립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국세청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청, 경찰청, 감사원, 국가정보원 등의 조직들은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관들이 좋지 않은 쪽으로 그 힘을 쓴다면 많은 것들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며 "권력기관으로 거론되는 경찰(경찰법)·검찰(검찰청법)·국가정보원(국가정보원법) 등은 모두 개별조직법의 통제하에 있지만 국세청은 개별조직법이 없는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국세행정개혁TF에서 내놓은 50개 개혁과제에도 국세청법 제정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국세청법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9년으로 당시 법안에는 국세공무원의 특정직 전환, 국세공무원 가중처벌, 계급정년제 도입, 국세공무원인사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07년 엄호성 전 한나라당 의원이 국세청장 내부승진, 임기제 도입, 국세공무원 보수 별도 규정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지난 2014년 조정식 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세청법에는 국세청장 임기 2년 단임제, 국세공무원 특정직 전환, 권한남용 처벌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오 회장은 국세청법에 포함될 내용으로 ▲국세청장 임기제 ▲국세행정위원회 도입 ▲납세자보호관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복수차장제 도입 ▲국세공무원의 권력기관 파견금지 등을 제시했다.
오 회장은 국세청장 임기제와 관련해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2년 단임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감사원장은 4년 중임제로, 금융위원장은 3년 연임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세청장에 대한 임기보장과 임기를 2년 단임으로 하는 조항은 의미가 있다"며 "국세청장이 소신대로 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기 때문에 2년 단임에 대한 내용은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국세청장 지위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캐나다 국세청장이 장관급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장관급으로 격상하자고 하는 의견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장관들이 임기보장이 안 되고 있다. 따라서 국세청장은 지금과 같이 정무직, 차관급으로 하되 실질적으로 임기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세행정위원회 도입에 대해선 "위원회는 국세청장 후보자 추천, 국세공무원의 부패 방지와 청렴도 향상에 관한 주요 정책사항까지 심의·의결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있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국세청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중립을 유지하고 외형적, 실질적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별도의 견제기구인 국세행정위원회가 필요하다"며 "국세청장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세청 내외부에서 유능한 조세 전문가를 임명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세청 직원의 권력기관 파견과 관련해선 "현직 검사의 경우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되거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며 "국세공무원들도 청와대 파견자들이 많은데 문제 발생 소지가 있다. 세금에 관해서 검찰의 수사권과 유사한 '세무조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세청법에 국세공무원의 권력기관 파견 금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수차장제 도입에 대해서는 "국세청 차장 업무가 실제 매우 과다할 뿐더러 세정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세행정의 각 파트를 분업해 담당하는 복수차장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제1차장은 기획과 인사, 예산 등을 담당하고 2차장은 징수관리 및 세무조사 등을 담당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