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시장경쟁 원리에 맡겨진 관세사 보수체계에 대해 합리적 기준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해물품, 마약, 불량먹거리 등의 반입을 저지하는 등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는 관세사의 업무를 단순 서비스업으로 규정해 시장경쟁 체제를 유도한 정책은 관세사 업무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다.
김두형 경희대학교 교수는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관세사 보수료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조세일보와 한국관세사회가 주관하고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광온 의원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발제를 맡은 김 교수는 관세사 시장에 대해 "최저가 입찰로 실제경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보수가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며 관세사들은 추가적 서비스로 원산지증명서 대리발급, FTA컨설팅이나 원산지 검증조사 같은 직무의 무상 제공을 강요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관업무의 난이도 및 관세사의 능력 등 자질을 평가함이 없이 공개 입찰방식으로 최저 금액을 제시한 관세사에게 통관을 위탁하는 공개입찰방식의 통관계약 체결 관행으로 통관행정의 건전성이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관 및 징세행정의 건전성 확보, 관세사의 성실한 업무수행 및 선관주의의무 준수 등을 지켜야 하는 관세사들이 그저 수임물량 확보에만 치중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질보다 양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관세사들.
실제 관세사회에 따르면 매년 업무부실 또는 과오로 인한 보험금지급 건수와 보험금 지급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보험금은 자연스레 오르게 되고, 결과적으론 관세사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 관세사회의 설명이다.
반면 관세사 1인당 보수(관세업계 총보수/관세사수/직원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운영비 공제전)는 완전 경쟁체제로 돌아선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1인당 보수는 2000년 3억2600만원에서 2015년 2억7000만원으로 줄었다. 관세사수가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15년 동안의 물가상승률 까지 감안하면 2000년의 6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김 교수는 "1999년 정부의 전문자격사 보수의 자율화조치에 따라 관세사 보수도 시장경쟁 체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보수기준을 정해놓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관세행정의 건전성 확보 및 화주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관세사가 업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못함으로써 발생되는 관세 등 세금 탈루, 부실 신고로 인한 관세행정의 낭비, 관세사의 부실한 직무수행으로 인해 입는 화주의 손해 총액과 화주가 부담하는 추가 비용을 비교해 이에 따른 적정한 보수의 표준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과거와 같은 보수요율체계를 부활하되, 서비스업의 성격상 업무의 성격과 종류, 업무량, 난이도, 위험도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또 건당 보수액(기본 수수료)기준에 금액당 기준을 보충하는 방법 등 보수산정 체계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여론을 수렴해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물론 공정거래법 등 법률적인 제약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보수의 결정, 거래상대방의 선택 등 모든 사업활동은 개별 사업자가 스스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하며 강요, 요청, 권고 등 어떤 형태로든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문자격사 보수기준을 일괄적으로 폐지한 이유는 전문자격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수준에 의해 가격이 차별화 될 것으로 보여 전문자격사가 소비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오히려 관세사의 저가덤핑, 리베이트 제공 등으로 인한 사업자의 공정거래법 제23조 위반행위.
이에 김 교수는 "사업자에 대한 시장경쟁질서 강요로 인해 공정한 경쟁시장이 파괴되는 상호모순이 발생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 조문 간에 충돌이 발생해 시장 완전자율화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바, 그 근본원인은 공공적 성격이 강한 관세사업에 시장경제논리에 따른 공정거래법의 잣대를 적용하는데서 오는 부조화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논리적으로 적정하게 산출된 보수 청구와 보수 외 금품수수 금지규정은 타 자격사의 입법례에 비추어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소지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법무사나 공인중개사의 경우를 참고해 관세사법 시행규칙의 위임을 받아 한국관세사회 회칙으로 구체적 보수기준을 제시하는 방안은 가능하고 본 것이다.
김 교수는 "현행 관세사법에는 관세사의 권리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보수에 관한 법적 근거규정과 관세사는 정당한 보수 외에는 각종 로비비용 등 어떤 명목의 금품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조문을 신설하고, 기타 필요한 구체적 사항은 하위법령에 위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관세사회 차원에서 관세사업무를 서비스로 공급하는데 소요되는 표준비용을 조사해 매년 공시함으로써 그 비용보다 낮은 대가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자를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즉 '부당염매'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