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현금이 가계로 흘러 들어가도록 하겠다'는 정책목표가 담겨진 기업소득환류세제(이하 환류세제)가 시행 1년 만에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기업들이 배당에만 치중하면서 당초 정부가 원했던 정책효과, 즉 가계소득을 불리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일면서다.
환류세제는 기업들이 3년 간(2015~2018년) 당기순이익의 80%(제조업 기준)을 투자, 임금증가, 배당으로 지출해야만 과세를 피할 수 있는데, 미환류소득에 대해선 10%의 세율을 적용해 법인세에 추가해서 과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앞서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에는 이 제도의 정책목표가 어긋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미환류소득을 계산할 때 공제되는 임금 인상의 가중치를 높게 가져가고 배당금의 가중치는 낮췄다.
같은 금액이라도 공제 효과가 더 큰 임금증가에 신경을 쓰지 않겠냐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환류세제의 효과를 문제 삼으며 손을 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배당액의 인정비율을 정부안보다 더 줄이거나, 적용대상 기업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공제항목에서 배당액을 없애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원발의 법인세법 개정안은 17건으로, 이 가운데 환류세제 관련한 개정안은 4건이었다.
우선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안은 환류세제 과세 시 공제되는 배당액의 인정비율을 50%로 낮추도록 했다. 배당의 가중치를 0.8(당초 1)로 낮춘 정부안보다 규제 강도는 높다. 여기에 기업이 투자와 임금증가에 적극적 자세를 갖도록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일몰기한을 2020년까지 늘리도록 했다.
추 의원은 "투자를 확대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임금인상을 통한 가계로의 소득이 더욱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거야(巨野)가 내놓은 안은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쌓는 구조를 차단하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안은 환류세제의 적용대상을 현재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에서 '100억원 초과' 법인으로 늘리고 일몰기한을 폐지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선순화하는 경제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안도 환류세제 본연의 취지인 기업 이익이 투자와 임금증가로 이어지도록 일몰을 폐지하도록 했다. 여기에 배당 쏠림 현상을 뿌리 뽑고자 미환류소득을 계산할 때 차감되는 항목 중 배당액을 삭제하도록 했다.
같은 당 채이배 의원안도 배당액 인정비율을 없애고, 대신 차감항목에 수탁기업의 근로자 임금 상승을 추가하도록 했다.
환류세제가 시행된 지 1년 만에 손질될 경우엔 기업의 경쟁력을 더 약화시킬 것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정부와 정치권 간 이 제도의 손질에 대해 이견이 없다는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제도의 재설계는 현실화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안의 정책효과가 의문점을 남긴 상태다.
야당에서는 배당액 인정비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한 정부안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배당액 인정 비율을 정부안보다 더 낮추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안이 포진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원안을 중심으로 한 논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배당액 인정비율을 없애야 한다는 야당과 정부·여당의 입장이 배치되고 있는 부분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7건의 법인세법 개정안 중 구글 등 다국적 IT서비스 기업의 프로그램 저작권 매출 부분에 대해 우리 과세당국이 세금을 매기는 방안(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안)은 입법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이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서다.
세법 상 저작권 소득에 대한 과세는 '고정사업장'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또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기준을 현 10만원에서 3만원으로 낮추는 방안(더민주 박광온 의원안)을 둘러싼 잡음이 많다. 기준금액을 내렸을 때 해당 구간에 탈세 금액이 상당수인지의 여부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를 더 옥죄는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내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이여서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