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환급이 눈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올해 연말정산은 지난 2013년 세법개정으로 근로소득공제율이 축소되고 많은 소득공제 항목이 세액공제로 바뀜에 따라 어떤 근로자들에게는 유리하게, 다른 근로자들에게는 불리하게 개정됐다.
국세청의 연말정산계산기를 통해 미리 자신의 환급액을 계산해본 일부 근로자들은 작년보다 줄어든 환급액에 분노했고, 이는 결국 '13월의 세금폭탄'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정치권은 화가 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자녀세액공제(1인당 15만원, 3인이상 20만원) 수준 상향조정 ▲폐지된 자녀 출생·입양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독신근로자의 표준세액공제(12만원) 상향조정 ▲연금보험료 세액공제(12%) 확대 ▲추가 납부세액이 있는 경우 분납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세법개정을 다루고, 이를 소급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여야는 서로에게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여당은 야당도 당시 법안 통과에 찬성했다며 응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지난 2013년 12월24일에 진행된 제321회 임시국회 9차 조세소위 속기록에 나타나는 당시 여야와 정부의 세법심의과정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 회의에는 새누리당 나성린, 류성걸, 안종범, 이만우, 이한성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이용섭, 정성호, 조정식, 홍종학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참석했으며, 정부측에서는 당시 기획재정부 이석준 제2차관, 김낙회 세제실장, 최영록 재산소비세정책관이 참석했다.
▣ Episode 1 정부추계 신뢰 못하는 야당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시 총급여 7000만원 이하자에 대한 세부담 증가 여부에 관한 논의다. 새정치 홍종학 의원은 정부의 추계를 신뢰할 수 없을 뿐더러 총급여 7000만원 이하근로자의 세부담도 정부추계보다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 나성린 조세소위원장은 늘어나는 사람도 있고 줄어드는 사람도 있다며 이미 정리된 내용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용섭 위원 = 세제실장, 우선 과세소득계급별로 정부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총괄적으로 했을 때 부담이 어떻게 되는지 그 표를 가져오세요. 그래야 얘기를 할 것 아니에요.
#안종범 위원 = 예, 그렇게 하시지요.
#소위원장 나성린 = 그것 준비 안 했나?
#기획재정부세제실장 김낙회 = 드리겠습니다.
#홍종학 위원 = 그런데 일단 지금 납세자연맹에서도 그런 것을 검토하기 위해서 정부가 어떻게 추정했는지를 달라고 그러는데 지금 정부는 추정방법을 공개하지 아니하고 우리는 추계하니까 이렇게 나온다 이거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에서도 다 좋다 이거예요. 그 방법을, 그 액수에 대해서 인정을 하는 것이고 어떻게 추계했는지를 얘기하면 그것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를 얘기할 수 있는데, 그러면 우리가 다른 데서는 어떻게 추계했는지를 비교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현재 다른 데서는 정부가 어떻게 추계했는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것을 비교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소위원장 나성린 = 그런데 그것은 이제 정부가 설명하겠지만 중산층의 세금폭탄 난리쳐 가지고 그때 한 두세 달 계속 논쟁이 된 거거든. 그래서 서로 간에 거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된 것이 아닌가?
#홍종학 위원 = 안 됐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정부에서 7000만원 이하는 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그러는데 그쪽에서 주장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 7000만원 이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세 부담이 증가한다…
#소위원장 나성린 = 증가하지. 증가하는 사람도 있고 감소하는 사람도 있고, 정부가 한 것은 평균이라니까.
#홍종학 위원 = 아니, 그러니까 평균적으로도 정부보다는 훨씬 더 많이 증가한다고 지금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 Episode 2 세액공제, 대기업 임원들 불만 터져나와
여야간에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이 고소득자에 대한 세부담을 늘린다는데는 이견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고소득 근로자의 조세저항이 심각할 것이라는 새누리 이만우 의원의 지적이 나왔다.
#이용섭 위원 = 세금이라고 하는 것은 아프지 않게 걷는 게 좋은 것 아니에요?
#안종범 위원 = 예, 그러니까 어차피 쓸 거에서 더 걷는 거니까…
#이용섭 위원 = 부자들이 덜 느끼게 세금을 늘릴 수 있다 하는 게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거라는 얘기 아니에요.
#안종범 위원 = 예.
#이용섭 위원 = 그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니까요. 그렇지만 세금은 고소득자들이 "세율이 올라감으로 인해서 조세를 회피해야 되겠다" 하는 그런 생각이 들겠지요. 그렇지만 근로소득자는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안 되는 거고 이것 때문에 그분들이 무슨 내 노동력을 줄여야겠다 그런 현상도 없고…
#안종범 위원 = 아니요, 추가적으로 마지널한 상황이 발생하는 거지요.
#이용섭 위원 = 그래서 기본적으로 다수 국민들이 볼 때 연봉이 1억5000만원 그래서 한 2억원 정도 받으면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구나 하는 국민 공감대가 훨씬 더 중요한 거지요.
#이만우 위원 = 그런데 그 당사자들은 상당히 세금 부담을… 대기업에서 임원 하는 제 제자들이 그로스(gross)로 한 2억원 가까이 받는답니다. 저보고 세금폭탄이라고, 아직 이 구간을 논의하지 않고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데 대해서 불만이 엄청 많습디다. 대기업 임원들이에요.
#이한성 위원 = 몇 명 안 되잖아요.
#이만우 위원 = 아니, 몇 명 안 되는데… 납세자들 입장에서 엄청 불만이 많아. 그래서 내가 너무 놀랐어요. 내가 "당신네들은 그 정도 받으니까 상대적으로 희생 크게 해야 되지 않나?" 해도 안 통해. 너무 저항이 심하더라고.
▣ Episode 3 "누군가는 손해보고 누군가는 이득볼 것"
여당은 세액공제 전환으로 인해 고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부분을 강조하는 반면 야당은 중산층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새누리 나성린 조세소위원장은 이번 개정으로 인해 누군가는 손해보고 누군가는 이득보는 계층이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만우 위원 = 그래서 교육비나 의료비를 세액공제로 하면 고소득층 부담이 크게 늘어납니다. 그래서…
#홍종학 위원 = 고소득층 부담도 늘어나는데요, 중산층 부담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요. 중산층들이 애들 대학 보내고 애들 중·고등학교 보내기 굉장히 힘들거든요. 지금 중산층이 애들 교육 보내느라고 노후준비를 못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대로 그런 좋은 점이 있지만 그런 것들에 의해서 중산층이 아주 정말 등골이 부러지는데 거기에 대해서 이런 부담을 지우는 거거든요.
#소위원장 나성린 = 아니, 중산층 부담 안 늘어나도록 다 조정했지.
#기획재정부세제실장 김낙회 = 위원님, 중산층이라고 하는 부분이 지금 8600만원 정도까지는 안 늘어나거든요, 의료비·교육비 해도.
#박원석 위원 = 아니, 표로 보면 8000만원까지 43만원 늘어나요.
#이만우 위원 = 그러니까 얼마 안 늘어나요.
#소위원장 나성린 = 자, 이 정도 했으니까 일단 제가 정리를 하고 우리가 나중에 밖에 나가서 이야기합시다.
#홍종학 위원 = 예, 그렇게 하시지요.
#소위원장 나성린 = 일단 전반적으로 소득공제는 사실 부자한테 유리한 거예요. 그래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찬성하잖아요. 그렇지요?
#홍종학 위원 = 그럼요, 그것은 동의하지요.
#소위원장 나성린 = 그다음에 의료비·교육비 문제는 본인 것은 분명히 경비다, 그런데 가족까지는 경비가 아니지 않느냐 하는 게 정부의 주장이고 민주당은 가족도 다 해 주자, 그런 차이가 있는 거예요. 그다음에 문제는 지금 여기서 정부가 가져온 소득공제 세액공제를 건드리기 시작하면 계층별로 이게 들쑥날쑥해 가지고 또 신문에서 어느 계층은 이익보고 손해보고 해서 막 엉망이 돼 버려요. 저번에 중산층 세금 폭탄이라고 난리를 쳐 가지고 그걸 겨우 조정한 거거든. 이거 건드리기 시작하면요, 정말 이제 못 하는 거야. 분명히 손해보는 계층이 나오고 이익보는 계층이 나옵니다. 하여튼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우리 위원님들이 아시고 나중에 우리가 이걸 의논하도록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