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잘될거야" = 5일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정치권과 정부의 경제전망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 가운데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정치권은 경제성장률 등을 이유로 대규모 세수부족을 우려했고, 정부는 유가하락 등의 이유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사진 김용진 기자)
야당 의원들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정부가 경제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재부와 3개 외청(국세청·통계청·조달청)의 업무보고에서 "기재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매년 어긋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매년 7월 정도에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근거로 다음해 예산을 세운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잡았다가 올해 2월 3.8%로 수정했다. 해마다 예산을 세울 때 경상성장률과 실적치가 갈수록 갭이 벌어져서 대규모 세수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따졌다.
같은 당 최재성 의원은 "부총리가 청문회 했을 때는 세수결손이 지난해만큼 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고, 그 다음 기재부 발표가 8조~9조원 규모였다. 10조원은 안 넘을거라고 했는데, 부총리의 예측이 틀린 것이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홍종학 의원은 "최경환 경제팀은 건설경기 부양만 하고 있지만 건설경기는 오히려 죽어가고 있다"며 "경제주체들이 볼 때 최 부총리를 믿지 못하겠다. 한국경제는 침체상황에 들어가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어떻게 건설경기 대책만 내놨냐. 수많은 정책을 내놨는데 그렇게 얘기하느냐"라며 "홍 의원의 말만 들으면 대한민국 경제는 문을 닫아야 하는데 버티고 있는 것이 기적일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고 발끈했다.
또 "너무 비관적으로 보면 경기심리가 그렇게 따라간다. 경각심을 가지되, 미래를 보고 갈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며 "정부로서도 균형감각을 가지고 내수를 살려가는 정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왜 화끈하게 결과가 안 나타나느냐는 것에 대해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경제성장률 3.8%를 달성할 수 있겠냐는 지적에 대해선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금리 인하, 재정지출 확대가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이런 상방적인 요인들이 작동하면 3.8%가 달성가능하다고 보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증세 이해 구해달라더니…"증세 타이밍 아니다"
복지 축소와 증세 여부에 대해 국민적 이해를 구해달라며 국회에 요청했던 최 부총리가 지금은 증세를 논의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실상 증세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최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걱정만 없다면 현재 경제상황을 봤을 때 증세를 논할 타이밍은 아니다"라며 "증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은 재정건전성 우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그런 것이지만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려면 균형있게 여러가지를 고려하면서 증세와 조세정책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 지금은 아냐" = 5일 기재위 업무보고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현재 경제상황을 고려해 경제활력을 유지하려면 증세는 아직 논의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날도 전날 진행된 '연말정산 현안보고'와 마찬가지로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김용진 기자)
세율을 올리는 증세에 대해선 "세율을 올린다고 해서 중장기적으로 세수가 늘어난다고는 입증이 안됐다"며 "(증세가) 경제를 위축시키면 다른 쪽의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세율만 올린다고 세수가 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정건전성과 관련해선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한 뒤 "다만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고 미래 불확실성이 많다는 것은 걱정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디플레이션 우려와 관련해선 "우리 경제상황은 디플레이션이 아닌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라며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마이너스로 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상황을 뜻하며 디스인플레이션은 상승한 물가를 원래 수준으로 낮추지 않고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국세청장 "연말정산, 불편 없도록 방법 마련 중"
카드사의 실수로 근로자들이 연말정산을 여러번 해야 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임환수 국세청장이 근로자들의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결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드사 오류, 불편 없도록 하겠다" = 임환수 국세청장은 기재위 업무보고를 통해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 발생한 카드사 오류에 대해 "근로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임 국세청장은 "국세청 간소화서비스에 전달된 내용은 맞지만 분류가 잘못됐다"며 "이와 관련해 근로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국세청이 연말정산 오류를 직접 수정하는 것이 '신고납부'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상속·증여세를 제외하고는 전부 신고납부제도인데 국세청이 오류를 직접 수정해 확정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신고납부의 대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국세청장은 "조세체계상 따지면 그 말이 맞지만 IT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영세중소상공인이나 근로소득자들이 편하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세정기관의 책임라고 본다"며 "신고납부제의 대원칙을 건드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C카드와 삼성카드를 비롯한 카드사들은 연말정산 자료를 국세청에 넘겨주는 과정에서 공제율이 다른 대중교통과 전통시장 사용액을 잘못 분류해 근로자들이 연말정산을 두 번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국세청은 직접 오류를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밖에 매입자가 직접 세무서에 부가세를 납부하는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 확대 요구에 대해 임 국세청장은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가 이상적으로는 굉장히 좋지만 경제시장에선 여러가지 부딪히는 면이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