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입양해주면 안되겠니?" = 지난 2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을 찾아 우편물에서 마약을 탐색하는 마약탐지견 '나슬이'와 인사하고 있는 모습. 현 부총리가 나타나자 나슬이는 꼬리를 흔들며 현 부총리의 품을 파고들었다. 나슬이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최고 마약탐지견에 선정되기도 했다.
관세청, 마약탐지견 5마리 '매각공고'
입찰 사례 단 1건, 유찰시 무상증여
평생을 군말 없이 마약 적발에 몸을 바쳐온 관세청 마약탐지견의 최후는 쓸쓸하다 못해 비참하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동물애호가들의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다.
지난 2011년 국정감사에서 효용성을 다한 마약탐지견이 수의대나 동물병원으로 넘겨져 다른 개들을 위한 헌혈용으로 쓰이다 마지막은 해부용으로 생을 마감하는 처참한 실태가 공개됐다.
당시 주영섭 관세청장은 은퇴한 마약탐지견에 대해 "동물병원으로의 관리전환을 금지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으며 그 이후 관세청은 매각공고를 통해 임무를 다한 탐지견을 공개적으로 입찰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개정했다.
탐지견들이 여생이나마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 위해 낙찰자의 조건을 수의대 및 동물병원 등 동물에 관한 의료와 연구기관은 제외하고 적절한 사육 여건과 환경 등도 낙찰 조건에 포함시켰지만,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나이가 들었거나 탐지견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더 이상 관세청에서 관리할 수 없는 탐지견에 대해 수백만원의 돈을 받고 입찰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었다.
시중에서 유기견 등을 분양할 때는 직접 양육할 목적이 아닌 상업적인 목적으로 접근하는 업자들을 경계하기 위해 십만원 내외의 '양육책임비'를 받는 것과는 사뭇 대조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20일 관세청 홈페이지에는 탐지견을 매각한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매각공고에 올라온 탐지견은 총 5마리. 모두 래브라도 리트리버였다.
2005년 출생인 '윙키'의 매각 가격은 250만원이었으며 2008년생인 '가람'은 190만원으로 책정됐다. 2010년생 '백호'는 160만원이었으며 2012년생 '우람'과 '초록은' 각각 120만원과 190만원이었다.
매각 공고에 올라온 탐지견 중 출생연도가 오래된 것은 노령으로 은퇴하는 경우이며 출생연도가 얼마 되지 않은 탐지견은 훈련에서 자격이 미달됐거나 탐지견으로서 부적합하다는 등의 이유로 '불용' 판정이 난 경우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가격은 급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개 50만원에서 150만원에 분양되는 것을 감안하면 시중가와 매각 공고와의 가격이 최대 5배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개의 수명이 10~15년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윙키'의 경우 수명이 다해감에도 예정가격은 5마리의 탐지견 중 제일 비싼 250만원이었다.
상식적으로도 수명이 다해 가는 개를 시중보다 비싼 250만원을 주고 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관세청의 매각 공고를 통해 탐지견을 낙찰받은 사람은 그동안 전무하다가 최근 1명이 120만원에 '우람'을 입찰했다. 관세청은 유찰된 탐지견에 대해선 무상증여를 하고 있으며 무상증여 된 탐지견은 2~3년 동안 15마리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매각 공고 절차가 유명무실한 상황인데도 관세청이 매각 공고를 고집하는 이유는 절차의 중요성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예정가격의 경우 제3의 기관이 예정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탐지견이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아무한테나 분양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국유 재산을 매각 공고 절차없이 무상증여한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며 "우선은 매각 공고를 한 뒤 낙찰자가 없으면 무상증여를 한다. 국가기관이다보니 이런 절차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