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들의 반발로 지난해 국회 처리가 무산됐던 종교인 과세에 대해 정부가 재추진 의지를 보이면서 법안 통과 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20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종교인 과세를 오는 4월에 통과시키겠단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현 부총리는 "어떻게 과세하느냐, 과세명칭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이슈만 남아있다"고 발언, 사실상 과세방식의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트위터 사태로 인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파행되면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의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체회의는 물론 조세소위까지 지난 18일부터 현재까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문제는 기재위 일정이 정상화 되더라도 법안이 통과되느냐 여부에 대해선 장담하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는데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교인 과세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표를 무더기로 잃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종교계가 종교인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에 찬성하고 이제는 과세방식만 남았다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과세 자체를 두고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지역구 의원들은 법안 통과를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 정부, '대안' 들고왔지만…논의 '지지부진' =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음에도 지난해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가 통과되지 못했던 것은 바로 '과세방식' 때문이었다.
정부는 오는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중 사례금으로 과세하고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며 원천징수(원천징수세율 20%)만 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과세를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종교계에선 자신들의 소득을 사례금으로 보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며 '종교인 소득' 항목을 신설해줄 것을 요구했다. 의원들 역시 2월 임시국회 때 정부가 대안을 가져오면 그 때 다시 논의하겠다며 법안을 조세소위에 계류시켰다.
정부는 지난 14일 조세소위에서 두 가지 안을 제시,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이란 세부항목으로 부과하되 1안은 소득구간별로 차등을, 2안은 근로소득공제율을 똑같이 적용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가져왔다.
1안의 경우 기부금 공제 중 종교단체 기부금 공제 한도를 기존 10%(정부 원안)에서 30%로 확대키로 하고 인적공제도 가능토록 했다. 2안의 경우 인적공제, 신용카드 공제, 교육비, 의료비 등 각종 세액공제가 가능토록 했다.
근로장려금(EITC) 적용에 대해선 두 안 모두 '정확한 소득파악'이란 조건부 도입을 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야는 이를 조세소위 차원이 아니라 여야정협의체를 만들어 협의하는 것으로 범위를 넓혔고 이 협의체에서 나온 결론을 가지고 조세소위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여야정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만 했을 뿐, 정부 대안에 대해서 단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가 과연 법안 통과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수년째 통과 '불발'…4월 국회 향방은? = 종교인 과세가 수년째 통과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선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말,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를 입에 담았다가 정치권으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고 "종교인 과세는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해명을 해야만 했다.
이 시기는 바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였다.
정치권에선 정부의 과세 발언 하나하나에 민감할 수밖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시기인 만큼 임기말에 증세(부자증세는 제외하더라도)를 추진하는 것은 불문율에 가깝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종교인 과세 추진 의지를 밝혔고 국회에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도 제출했지만 지난해 정기국회에선 통과가 좌절되고 말았다.
지난해 조세소위 당시 정부는 난도질(?) 당한 세법개정안에 더해 종교인 과세까지 좌절되자 "우리가 해달라는 것 그대로 해 준 것이 뭐가 있냐"고 반발을 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자존심이 상한 정부는 4월 국회만큼은 반드시 종교인 과세 법안을 통과시키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각 의원들마다 셈법이 제각각으로 갈리면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형평의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종교계도 이런 주장에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수긍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해당 지역구 의원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결집력이 상당한 종교계의 압력에 일부 지역구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미적거리면서 기재위 파행 사태 등과는 별개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오는 5월을 기점으로 하반기 국회에 돌입하면 상임위 재배정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 때까지 통과를 유보시키자는 전략으로 법안 통과를 미루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특히 종교인 과세 시기가 2015년이기 때문에 무리하면서까지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필요가 없단 의견도 상당히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과세 의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기재위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4월 임시국회 때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아마도 의원들이 상임위 재배치를 할 때까지 법안 통과를 유보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