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만 믿고 큰 돈을 맡겼던 증권사 직원이 알고 보니 '무자격자'였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실무상 직원이 아닌 자로, 증권사 객장에서 주문단말기와 책상을 사용하고 명함을 교부하는 등 정식 직원처럼 영업하는 사람을 '무자격 투자상담사'라고 부릅니다.
자영업자 A씨는 고교 동창생의 소개로 알게 된 B씨가 이미 은퇴한 증권사 직원인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첫 만남에서 받게 된 B씨의 명함에는 '○○증권사 이사'라는 직함이 분명히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증권사 지점으로 출퇴근하고 직원들도 그를 '이사님'이라고 호칭하는 광경은 A씨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결국 연30% 수익을 보장하는 그의 말에 혹한 A씨의 주머니에선 10억원이라는 거금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몇 달 뒤에 발생했습니다. B씨가 자신 있게 추천한 주식과 옵션상품에서 계속 손해만 발생된 것입니다.
증권사 지점으로 찾아가 따져봤지만 추가 유지증거금만 있으면 해결된다는 B씨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오히려 1억5000만원을 더 입금하고 나왔습니다.
10억원이 넘던 원금이 1억원 대로 줄어든 것을 참지 못 한 A씨는 결국 상품을 해지하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B씨의 과다매매로 부담하게 된 수수료비용과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해액을 증권회사가 보상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증권사 측에서는 A씨에게 선물·옵션 매매를 강권한 적이 없으며, 무자격 투자상담사를 사용했더라도 매매내용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없으므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분쟁위원회는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증권사가 무자격투자상담사를 통한 옵션거래행위를 묵인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투자상담사에게만 의존해 거래를 한 점과 손해가 발생하는 중에도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A씨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결, 손해액 중 60%에 대해서만 배상받도록 조치를 내렸습니다.
증권사에서는 인건비 절감 등의 이유로 정식 직원 외에 투자상담사들을 고용해서 투자자들을 모집하곤 합니다.
보통의 경우 투자상담사들은 계약직이어서 여러 증권사 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하는데, 이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증권사가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