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회계법인, 고성장 끝났나…매출 줄고 순익 반토막

요즘 회계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이사나 소사장(小社長)이라 할 수 있는 파트너들을 만나보면 얼굴 한편에 어두운 그늘이 가득하다. 

회계법인 실적이 예년과 다르게 부쩍 떨어지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과당경쟁으로 수익마저 장담할 수 없어 경영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회계법인 빅4 가운데 삼일·삼정·한영회계회계법인은 3월말 결산법인으로 이때쯤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1년간 결산 실적이 나온다. 안전회계법인은 5월말 결산법인이나 이들 회계법인과 같은 기간 동안의 실적을 집계하고 있다.

회계법인 빅4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해보면 회계법인 대표나 파트너들의 한숨 짓는 사연을 엿볼 수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제42기) 매출액(용역수입) 4567억원과 순이익 48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의 매출액 4587억원, 전전기의 4650억원에 비해 점점 줄어들어 역성장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순익은 급감하고 있다. 41기의 순익이 74억원, 40기는 98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2년만에 순익이 반토막난 셈이다. 매출이 줄어드는 것에 비해 순익이 감소하는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은 회계법인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출액순이익률 또한 형편없이 낮아졌다. 삼일회계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순이이률은 1.05%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분석한 지난해 상장사의 매출액순이익률 3.66%에 비해 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회계업계가 지식산업이면서 고부가가치산업의 범주에 놓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삼정KPMG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제19기) 매출액 2572억원과 순이익 29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이 전기의 1784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배경으로는 컨설팅부문 등의 일부 사업부서를 흡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순익면에서는 삼일회계법인과 마찬가지로 급감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0년 63억원이었던 순이익이 2011년 38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 순익은 2년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삼일회계법인과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순이익률은 1.12%에 머물렀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제27기) 매출액 2682억원과 순이익 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6기 2505억원, 25기 2426억원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도 약간 늘었다.

순익면에서는 전기의 21억원에 비해서는 5억원 늘어났다. 그러나 전전기의 39억원에 비해서는 3분의 2 수준에 불과해 장기적인 추세로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순이익률은 0.96%로 1% 미만에 머물러 있다.

EY한영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제32기) 매출액 1353억원과 순이익 4천만원을 보였다. 매출액은 31기 1310억원, 30기 1356억원으로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한영의 순익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전기에는 12억원의 순이익을 나타냈으나 전기에 2억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지난해에는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다. 지난해 매출액순이익률도 자연 0.02%로 낮았다.

공인회계사회의 관계자는 “회계시장은 규모가 일정한데 비해 회계법인들이 감사용역 수주를 위한 과당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면서 “회계법인들은 IFRS 도입 초기 반짝 경기를 보였으나 이 특수마저 사라져 상당기간 고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