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에 가입하면서 팔이 아플 때까지 서명을 해야 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 쯤은 있었을 것이다.
일반 은행상품이라면 대필을 해주겠다는 직원의 행동이 '친절'로 느껴질 수 있지만, 펀드나 투자상품처럼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분쟁의 소지로 작용하는 일도 있다.
목돈 굴릴 곳을 찾던 이모 씨는 W은행을 찾아가 본인 및 가족 명의로 3억원짜리 펀드에 가입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나 만기가 완료된 후 그의 손에 돌아온 것은 달랑 1억9700만원. 수익은커녕 원금의 3분의1이 날아갔다.
격분한 이 씨는 곧바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찾았다. 코스피 200지수가 11%나 올랐는데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
알고 보니 이 씨는 가입한 상품의 구조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가입 당시 그는 코스피지수와 연계된 상품으로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가입한 상품은 코스피200 및 일본 니케이225에 투자하는 파생상품 투자신탁이었던 것이다.
거래신청서와 설명확인서를 은행직원이 대필했기에 상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이에 담당직원은 "상품안내서를 통해 니케이지수가 포함된다는 것을 설명했다"며 "문서 대필과 거래인감을 대신 날인한 것은 신청인의 연령을 감안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해당직원의 과실을 인정했다. 고객에게 투자상품 매입을 권유하면서 상품 특성과 주요내용에 대한 설명을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씨에게도 금융투자로 인한 손익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대원칙을 들어 60%의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한편, 법원은 투자신탁회사의 임직원이 투자에 따르는 위험이나 투자신탁의 특성을 설명함으로써 고객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대법원 2006.5.11. 선고 2003다51057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