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판매점에 근무하는 A씨는 명절이 되자 고향에 방문하기 위해 급전이 필요했다.
평소 월급이 신용카드 빚을 갚는데 쓰이느라 현금이 부족했던 그는 한 사채업자에게 카드를 맡기고 현금 50만원을 빌렸다. 이른바 '카드깡'을 이용해 현금을 융통한 것이다.
카드깡은 현금 서비스 한도가 없어도 결제 한도가 남아있는 경우, 카드로 물건을 구매했다가 되파는 방법으로 현금을 마련하는 불법행위이다.
그러나 고향에서 돌아온 뒤 A씨는 카드 값이 1200만원이나 청구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A씨 카드의 총 한도는 200만원에 불과해 1200만원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A씨로부터 분쟁 조정을 신청 받아 조사한 결과, 사채업자가 카드 결제와 취소를 반복하는 방법으로 1200만원을 사용한 사실을 알아냈다.
A씨의 카드에는 결제 한도 70만원이 남아 있었다. 사채업자는 A씨의 카드로 금을 구입한 뒤 다시 금은방 주인으로 가장해 카드 회사에 결제 취소를 요구했다가, 또다시 다른 곳에서 금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무려 18회에 걸쳐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당시 카드 회사들은 가맹점 번호, 카드 번호, 결제 은행 계좌 번호 등을 전화로 확인한 뒤 결제를 취소해줬다.
금감원은 카드 회사의 과실을 인정, 결제가 허위로 취소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고 A씨가 이를 갚지 않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A씨가 카드를 타인에게 양도한 것은 현행법상 법 위반이 소지가 되는 만큼 일부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사채업자가 결제 취소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카드 회사가 이를 단 한차례도 의심하지 않았고, A씨에게 억울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에는 공인인증서 등 금융거래 시 본인 확인 절차가 과거에 비해 까다로워진 덕분에 이러한 범죄 수법은 드물다.
하지만 일부 사채업자들 사이에서 카드깡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