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매년 돌아오는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신경 쓰고 기대하는 부분이 바로 '신용카드 공제'다.
배우자 등 부양가족이 별로 없어 가족 1명당 무려 150만원씩 공제되는 인적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보험료·의료비·자녀교육비 등 소득공제 대상 지출액도 많지 않은 '2030 직장인'들에게는 신용카드 공제야말로 연말정산의 하이라이트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쏠쏠한 13월의 월급을 기대할 수는 없다. 신용카드로 결제했더라도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소한 연봉의 4분의 1 이상을 신용카드 등으로 지출해야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 등 지출항목별로 다른 공제율은 물론, 최대 300만원(전통시장분 추가 10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공제한도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 신용카드 공제, "연봉 25%의 문턱을 넘어라" = 우선 신용카드 공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난해 받은 연봉의 4분의 1 이상을 신용카드, 직불·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등으로 지출해야 한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신용카드 등으로 지출한 금액이 한 해 동안 받은 총급여액의 25%를 초과해야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공제대상은 신용카드, 직불·체크카드, 기명식 선불카드, 현금영수증, 직불전자지급수단, 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으로 결제한 금액과 학원 수강료 지로납부액 등으로 한정된다.
다행히 근로자 본인이 결제한 신용카드 대금뿐만 아니라 배우자, 부모(직계존속), 자녀(직계비속) 등이 사용한 금액도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다만 배우자, 부모, 자녀 등은 따로 나이제한은 없지만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연말정산 인적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본공제 대상자에 포함되더라도 근로자의 형제자매가 사용한 카드 대금은 소득공제를 한 푼도 받지 못한다.
□ '체크카드＋전통시장' 이용했다면, "카드공제 대박" = 평소에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대형 할인마트 대신 동네 전통시장을 자주 찾은 근로자라면 더 많은 카드공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연말정산부터 직불·체크카드, 선불카드, 직불전자지급수단 등으로 결제한 카드사용 대금에 적용되는 공제율이 기존 25%에서 30%로 인상됐다.
특히 전통시장에서 결제한 대금도 신용카드, 체크카드에 관계없이 사용액의 30%를 공제 받을 수 있다. 전통시장 이용금액은 신용카드 공제 한도인 300만원에 더해 100만원까지 추가로 공제된다.
즉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전통시장을 애용한 근로자라면 최대 400만원까지 카드공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금액에 대해서는 체크카드보다 낮은 2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학원 수강료 중 지로로 납부한 금액도 신용카드와 같이 20%만 공제 받을 수 있다.
□ '알쏭달쏭' 카드공제 계산방법…"차례대로 꼼꼼히" = 카드공제의 경우 신용카드, 직불·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전통시장 사용액 등 지출항목별로 공제율이 다르고, 최소한 총급여액의 25% 이상을 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등 조건도 까다로워 계산방법이 다소 복잡하다.
하지만 연말정산 소득공제 계산방법에 따라 차례대로 꼼꼼히 공제하면 근로자 혼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공제금액을 알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총급여액이 4800만원인 근로자 A씨가 지난해 신용카드 대금으로 2000만원(전통시장 이용분 400만원 포함), 체크카드 대금으로 600만원(전통시장 이용분 100만원 포함)을 지출했다고 가정하자.
일단 A씨가 카드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지난해 총급여액의 25%인 1200만원(4800만원×25%)이 넘는 금액을 신용카드 등으로 사용했어야 한다.
A씨의 경우 신용카드 대금 2000만원, 체크카드 대금 600만원 등 2600만원을 카드로 결제한 만큼 상당한 카드공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공제문턱을 넘겼다면 신용카드→직불·체크카드→전통시장 사용분 등 공제혜택이 적은 순서대로 공제금액을 계산하면 된다.
카드공제는 공제문턱인 총급여액의 25%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만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더 많은 공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공제율이 낮은 신용카드 사용금액부터 공제금액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신용카드 사용액 2000만원에서 맨 마지막에 공제금액을 따로 계산해야 하는 전통시장 이용분 400만원을 뺀다. 1600만원(2000만원-400만원)에서 공제 문턱인 1200만원을 초과한 400만원에 대해 20%의 공제율을 적용하면 신용카드 공제액이 계산된다.
즉 2000만원의 신용카드 사용액 중에서 공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80만원[{(2000만원-400만원)-1200만원}×20%]이다.
다음으로 체크카드 대금 공제액을 계산한다. 이미 신용카드 대금으로 공제 문턱을 넘었기 때문에 600만원에서 전통시장 이용분 100만원을 뺀 500만원 전액에 대해 30%를 공제 받을 수 있다.
체크카드 사용액 중 공제 가능한 금액은 150만원{(600만원-100만원)×30%}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전통시장 사용분 500만원(신용카드 이용액 400만원＋체크카드 이용액 100만원)에 대해서도 3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전통시장 이용분 공제금액은 150만원(500만원×30%)이다.
근로자 A씨가 연말정산을 통해 공제 받을 수 있는 카드대금은 신용카드 공제액 80만원, 체크카드 공제액 150만원, 전통시장 이용분 공제액 150만원 등으로 총 380만원이다.
하지만 카드공제 혜택은 최대 300만원, 전통시장 이용액은 추가로 100만원까지로 한도가 정해져 있으므로 다시 한번 공제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액을 계산해야 한다.
A씨가 계산한 공제금액인 380만원은 카드공제 한도인 300만원을 넘겼지만, 전통시장 이용분에 대해 추가로 1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므로 380만원 전액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 의료비 카드공제 O.K…"자동차 할부금은 안돼요" = 한편 이미 의료비 공제를 활용해 소득에서 공제 받은 카드로 결제한 의료비는 또 다시 카드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신용카드로 결제한 보험료는 신용카드 중복 공제가 불가능하다. 암보험 등 일반적인 보장성 보험 외에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연금보험 등 공적보험 납부액도 카드공제를 받지 못한다.
연말정산을 통해 이미 소득공제 받은 월세액도 카드공제로 중복 공제를 받을 수 없다.
외국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은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는 물론 카드로 결제한 뒤 취소한 금액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특히 신차·중고차 등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 할부로 납부한 카드대금은 소득공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개인사업자가 사업과 관련된 비용을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소득공제를 한 푼도 받을 수 없고, 상품권 등 유가증권을 구입한 비용도 카드공제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신용카드 등으로 납부한 국세, 지방세, 전기요금, 수도료, 가스료, 전화료(정보사용료·인터넷이용료 포함), 아파트관리비, TV시청료(유선방송 등 포함), 도로통행료 등도 카드공제를 받을 수 없다.
부동산, 자동차, 골프회원권 등 취득세나 등록면허세가 부과되는 재산을 카드로 구입한 경우에도 카드공제를 받지 못하며, 카드로 낸 기부금도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 사용이 늘고 있는 가족카드의 경우는 대금을 지급한 결제자를 기준으로 공제하지 않고, 카드 명의자를 기준으로 공제혜택이 적용된다. 즉 카드 대금은 남편이 결제했더라도 가족카드 명의가 아내로 돼 있을 경우에는 아내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공제 Q&A-
□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이 혼합된 카드는 어떻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 카드회원이 카드 결제시점을 기준으로 카드사에 후납하지 않은 대금은 직불카드 사용액에 해당한다. 즉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이 혼합된 카드의 경우라도 예금 잔액이 남아 체크카드로 결제된 금액만 30%의 공제율을 적용 받을 수 있고, 나머지 사용대금은 신용카드 결제액으로서 2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 맞벌이 부부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에게 몰아서 공제 받을 수 있는지.
☞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배우자의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본인이 공제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소득금액이 각각 100만원을 초과하는 맞벌이 부부는 각자가 사용한 카드금액에 대해서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 아내가 지난해 직장을 그만 뒀는데, 아내가 사용한 카드금액도 공제 받을 수 있나요?
☞ 아내의 연간 소득금액 합계액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에만 공제 받을 수 있다. 아내의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아내가 퇴직 전에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에 한해 아내 자신이 소득공제를 받아야 한다.
□ 지난해 결혼했는데, 결혼 전에 아내가 사용한 카드금액도 공제가 가능한지요.
☞ 결혼 전에 아내가 사용한 카드 결제금액은 공제 받을 수 없다. 혼인 날짜 이후에 사용한 금액만 공제대상이며, 이 경우에도 아내의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여야 가능하다.
□ 신용카드로 승용차를 할부 구입했는데, 카드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 지방세법에 의해 취득세 및 등록면허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구입비용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승용차 구입비용은 카드공제를 받을 수 없다.
□ 신용카드로 결제한 의료비에 대해 의료비 공제를 이미 받았는데 신용카드 공제도 받을 수 있나요?
☞ 신용카드를 사용해 결제한 의료비에 대해서는 의료비 공제와 신용카드 공제 혜택을 둘 다 중복해서 받을 수 있다.
□ 함께 살고 있는 동생이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 형제자매가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은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다.
□ 학원비를 카드로 납부했는데 연말정산을 통해 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한 학원비는 카드공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교육비 공제는 받을 수 없다. 다만 취학 전 아동이 다니는 주 1회 이상 월 단위로 교습 받는 학원 및 체육시설 등에 신용카드로 교육비를 결제했을 경우에는 신용카드 공제와 교육비 공제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취학 전 아동 이외의 학원비는 교육비 공제가 불가능하다.
□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납부한 수업료, 입학금 등도 카드공제가 가능한가.
☞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등에 의한 학교 및 영유아보육법에 의한 보육시설에 납부한 수업료, 입학금, 보육비용 및 그 밖의 공납금은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불가능하다.
□ 신문대금이나 우유대금을 지로로 납부했는데, 교육비처럼 신용카드 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 지로납부액에 대한 신용카드 공제는 학원 수강료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유엄식·장은석·이희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