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당초 납세자에게 통지했던 조사대상 과세기간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등 납세자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세무조사 대상 과세기간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납세자권익존중위원회'의 승인율이 99%에 달하는 등 납세자들을 보호해야 할 납세자권익위가 국세청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열린 서울·중부국세청 국정감사에 참석,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5년간 국세청 조사대상 과세기간 확대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국세청의 경우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의 조사대상 과세기간을 확대하려면 납세자권익존중위원회 또는 조세범칙조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의원이 이날 발표한 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및 중부지방국세청은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연말까지 총 1059개 업체에 대해 납세자권익위 등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세무조사 대상 과세기간을 임의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및 중부지방국세청이 같은 기간 세무조사 대상 과세기간을 확대한 업체 수가 총 1497개인 점을 감안하면, 납세자권익위 등의 승인도 없이 70% 이상의 업체들에 대해 마음대로 조사대상 기간을 확대했다.
이 의원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 과세기간이 당초보다 확대될 경우 납세자 권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하지만 서울·중부지방국세청은 1059개 업체에 대해 승인없이 조사대상 과세기간을 확대했고, 300여개 업체에 대해서는 추징실적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세무조사 대상 과세기간 확대 여부를 승인하는 납세자권익위가 국세청의 뜻대로 움직이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감사원 적발 이후 2009년부터 세무조사 대상 과세기간 확대 여부를 모두 납세자권익위로부터 승인 받아 실시해왔다.
그러나 납세자권익위의 승인율은 점점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무려 99%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세자 편에 서야할 납세자권익위가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 과세기간 확대 요청을 무비판적으로 거의 다 들어준 셈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의 경우 2009년 91%였던 납세자권익위의 조사기간 확대 승인율이 2010년 93%, 2011년 99%로 급증했다. 중부지방 국세청도 같은 기간 97%였던 승인율이 2010년 98%, 2011년 99%로 높아졌다.
이 같이 납세자 권익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납세자권익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세청이 위원회 구성권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납세자권익위 구성은 지방국세청의 경우 외부 5인과 내부 4인, 일선 세무서의 경우 외부 4인과 내부 3인 등으로 구성된다, 표면적으로는 납세자권익위의 중립성이 보장되는 구조다.
하지만 이 의원에 따르면 외부위원 중 1명이 맡는 지방국세청 납세자권익위 위원장을 국세청장이 직접 임명하고, 세무서 납세자권익위 위원장도 지방국세청장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어 위원회의 독립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2010년 5월 이후 납세자권익위 위원들의 임기도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됨에 따라, 국세청 입맛대로 위원들을 해마다 교체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납세자권익위 위원들의 임기가 2년이었던 2009년에는 세무조사 대상 과세기간 승인율이 94%로 다소 낮았지만, 임기가 1년으로 단축된 지난 2010년에는 승인율이 96%로 높아졌다.
이 의원은 "납세자권익위가 매우 중대한 사안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세청의 의견을 승인해 주는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며 "납세자권익위의 독립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위원들의 임기를 연장하고 외부위원 구성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무조사 기간 연장의 사유가 광범위하게 규정돼 있어 납세자 권리침해 및 세무조사 남용 우려가 높다"며 "조사기간 연장 사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