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하 안 전 국장)의 검찰 대질심문 동영상 상영문제로 시작부터 여·야 대치로 삐걱거리더니, 안 전 국장의 기습 등장으로 끝내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2009년 안 전 국장 문제가 최초로 불거졌을 당시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안 전 국장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이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국정감사 증인채택 등 이 문제를 집요하게 전면에 띄우며 정치적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안 전 국장은 각종 비리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와 '잃어버린 퍼즐'이라는 책을 집필하며 자신과 국세청이 연루된 의혹을 재차 폭로하는 등 관심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이날 안 전 국장은 오전 국정감사 질의가 종료된 이후, 오후 2시경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 박원석 무소속 의원과 함께 국세청사에 나타났다.
안 의원과 박 의원은 안 전 국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이 난항을 겪자 참관인 자격으로 부르기로 사전에 논의를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언급한 안 전 국장의 국세청사 출입은 1층 로비에서부터 원천 차단됐다.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것은 당연지사. 보좌진들과 국세청 방호원들간 멱살잡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3년 전 안 전 국장의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야권은 왜 이제 와서 국세청 국정감사에 '안원구'를 전면에 내세우려 했을까. 왜 여권은 오전 질의 당시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안 전 국장의 검찰 대질심문 동영상 상영을 극렬하게 반대했을까.
안원구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답은 '대통령 선거'
일단 야권, 특히 민주통합당이 안 전 국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던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정부의 태광실업 표적세무조사 의혹을 전면에 부각, 정권의 부도덕성을 강조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선을 두 달 정도 앞둔 현 시점에서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전 대통령 자살의 단초를 제공한 태광실업 표적세무조사 의혹은 정치적으로 이용가치가 높은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이날 일부 야권 의원들이 안 전 국장에 대한 국세청의 불법감찰 의혹 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는 태광실업 표적세무조사 의혹을 돋보이게 하는(?) 한 지류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안 전 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의혹에 대한 '진실(문건)'을 알고 있다는 주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이 문제를 언론 및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국정감사장에서 부각시키는 것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대형이슈다.
이 같은 야권의 입장과는 달리 여권은 안원구의 존재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태광실업 표적세무조사 의혹, 이 대통령 도곡동 땅 의혹 등 여권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한 정치적 이슈다.
여권이 애초 민주통합당의 안 전 국장 국정감사 증인채택에 강하게 반발, '노정연 카드'를 내밀며 적극 방어한 것도 안 전 국장이 이슈가 되는 것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행보였다.
이날 국정감사 시작과 함께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검찰 대질심문 동영상을 틀려하자 증인채택이 안됐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최고권력자의 치부(?)가 언급되는 것은 어떤 크기나 형태로든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