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경제민주화', 지배구조개선보다 '불공정 타파'에 초점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전날(20일) 압도적 표차로 선출되면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물론 민주통합당보다 한 달 정도 빨리 대선행보에 나선 상태인지라 여야 간 인물 및 정책 비교검증은 어려운 게 현실. 그러나 어제부로 박 후보가 제시한 정부구상과 정책적 비전은 이제부터 검증대에 올라온 셈이다.

특히, '경제민주화'는 보수정당이던 새누리당을 '중도 보수'로 좌클릭하게 만들며 총선 승리를 안겨준 주요 정책비전이라는 점에서 여야의 치열한 정책공방이 예상된다.

박 후보는 지난 달 대선 출마선언문과 전날 수락연설문에서 "산업화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 민주화 시대의 분배 패러다임을 넘어서 새로운 제3의 변화,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의 첫걸음"이라고 천명했다.

경제민주화가 기존 성장정책을 탈피, '분배'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박 후보 역시 '재벌 개혁'에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재벌개혁'을 오랫동안 주장했던 야권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하면서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지만 야권의 재벌개혁과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야권은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박 후보의 재벌개혁은 재벌의 권한 남용을 바로잡는데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재벌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긍정적 역할은 인정하자는 것이다.

■　박근혜 '경제민주화' 핵심은 '불공정 타파' = 박 후보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의 핵심 내용은 대-중소기업간 공정 경쟁이다. 이를 위해 재벌의 경제력 남용, 불공정행위 등은 확실히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달 출마선언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총수 사면권 제한에 대해 엄중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당시 "벌을 받았는데 얼마 안 돼 사면되는 것은 법치를 세우는데 악영향을 끼친다"며 "돈 있으면 금방 나온다는 인식이 생기고, 일반 국민들도 억울한 심정이 든다. 이는 선진국으로 가는데 있어서는 안 된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대기업 불공정 행위, 대기업 주주의 사익추구 규제 등을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박 후보는 비대위 시절 4.11 총선 공약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등에 대한 대기업 권한남용 금지를 위한 방안을 내걸어 관련 입법이 이뤄질 전망이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이와 관련 21일 이번 주 내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범위를 불공정 행위 전반으로 확대, 집단소송제를 가능케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키로 했다.

김종인 공동선대위워장 역시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와 관련, "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내놓은 안도 있으니까 두루두루 살펴봐서 뭐가 현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인지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재벌지배구조개선엔 '한계' 보여 = 하지만,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가 대-중소기업간의 균형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재벌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배구조 왜곡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혀, 사실상 반대했다.

지배구조개선에서 빠지지 않는 재벌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가 투자한 것 이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불합리한 면이 있다"며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도 "기존 순환출자 된 부분은 현실성을 감안할 때 기업 판단에 맡기더라도 신규로 하는 부분은 규제가 검토돼야 한다"고 조건부 규제를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기업 감세효과를 톡톡히 본 법인세 조정문제에 대해서도 "법인세는 가능한 낮춰야 한다"며 '감세'기조 유지를 밝혔다.

■　지배구조개선 방향에 따라 야당과 차이 나 = 이에 대해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장흥배 간사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질적인 재벌개혁은 대기업에 집중된 지배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때문에 신규 순환출자만 규제하고 출총제 부활을 반대하는 것은 집중된 재벌의 권력을 분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 간사는 "가공의결권을 제한한다 해도 각 산업에 미쳐있는 재벌의 경제력과 지배력 행사를 막기는 힘들다"며 "순환출자금지, 출총제 부활, 지주회사규제법 등 실질적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재벌개혁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후보가 강조한 경제민주화 관련 말들을 보면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수사'에 가깝다"며 "물론 앞으로 대선에서 이를 외면하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내용을 보면 재벌의 지배력 집중에 대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박근혜 캠프 정책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벌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 갑자기 지배구조개선을 하겠다고 하면 기업입장에서는 충격"이라며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칫 지나치게 규제를 하면 '재벌 때리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곧 캠프에서 관련 정책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총제 부활과 순환출자 전면금지, 지주회사규제 등에 대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에 대한 입장과 정책에 따라 여야의 경제민주화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