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프랑스 등 외국 수입 화장품은 국내 여성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30% 이상일 정도다. 특히 미국 화장품은 프랑스 화장품보다도 선호도가 높아 연 수입액이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발효된 한·미 FTA로 미국 화장품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미국산 화장품에 부과되던 8%의 관세가 없어져 보다 다양한 미국산 화장품이 손쉽고 값싸게 국내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국산 화장품에 수입화장품까지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망이지만 동시에 국산 화장품이 외국의 다양한 화장품과 경쟁해야하는 환경에 직면했다.
이에 국내 화장품 업계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내수와 수출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아미코스메틱(대표이사 이경록)도 FTA가 몰고 올 시장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 "화장품 내수 피해 우려"…정책지원+아이템 '승부수' = 아미코스메틱 관계자는 "한·미, 한·EU FTA 체결로 6∼7%에 달하던 화장품 수입관세가 없어지는 반면 EU와 미국의 화장품 수출관세는 FTA 체결 전에도 이미 0%라 수출혜택은 그대로지만 내수시장 잠식 피해가 우려된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FTA가 화장품 수출 관세에는 변화를 가져오지 않지만 수입에서는 관세 인하라는 효과를 가져와 해외 제품의 수입에 유리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템과 FTA관세를 잘 활용하면 '활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FTA가 화장품 업계 전체에 청신호는 아니지만 실제 아미코스메틱은 지난 2006년 창립 이후 최근 직원 수와 매출이 모두 두 배로 늘었다.
적극적인 해외수출사업과 온라인 및 오프라인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장하면서 매출이 늘었고 매달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발빠르게 대응한 것도 주효했다.
아미코스메틱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이 반반인 아미코스메틱은 다양한 유통채널 확보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제품 개발을 해왔다"며 "여기에 수출입분야에서 FTA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정책적인 배려가 뒷받침된다면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FTA이후 태국 교역량 2배…잠재적인 영향력 '주목' = 아미 코스메틱의 수출 지역은 홍콩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등 13개국. FTA가 발효된 나라 가운데는 미국과 태국이 주 교역 국가다.
이들은 아미코스메틱 전체 수출의 20∼30% 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국가에서 아직까지 FTA로 인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FTA이후 수출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2010년 FTA가 발효된 태국을 예로 들면 FTA발효 전인 2009년 태국 지역 매출액은 올해 현재까지의 매출액의 절반에 불과했다.
즉 올해 상반기 이미 2009년 태국 매출의 두 배 매출을 달성한 셈.
아미코스메틱 측은 "기존 바이어에 새로운 제품군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기술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교역을 꾸준히 늘려 가고 있다"며 "FTA 관세 효과는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8%→0% 단계적 무관세…서류준비·시장조사 '관건' = FTA로 화장품에 붙는 관세는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수출할 때만 무관세가 적용됐지만 이제 수입할 때도 FTA를 위한 서류를 제출하면 상대 국가에서 세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그러면 당연히 세금을 아끼려는 나라에서는 FTA를 체결한 나라와 유리한 가격 조건에 교역을 맺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교역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화장품 수출은 이미 무관세였기 때문에 FTA 전과 달라진 게 없지만 수입의 경우 국가별로 4∼8% 관세가 점차적으로 사라지게 돼 수입 화장품의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아미코스메틱 측은 "FTA가 발효됐다고 당장에 관세 절감 효과가 있기보다는 3∼4년에 걸쳐 길게 바라보면서 관세가 완전히 0%가 될 때까지 해당 국가들은 우리나라와의 교역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FTA서류 준비와 해외바이어들에 대한 시장조사.
아미코스메틱 관계자는 "관세 절감을 위해 해외 바이어들의 FTA서류 요청이 잦아지면서 그에 따른 서류 대응의 불편이 생겼다"며 "서류 신청 절차나 요구서류를 준비하는 시간이나 비용 등 업무에 바쁜 중소영세기업들에게는 부담되는 부분"이라고 애로사항을 전했다.
그러나 앞서 아시아에서의 성공경험을 비추어 볼 때 정부에서도 마케팅 지원을 해준다면 시장 선점에 자신이 있다는 예상이다.
이 관계자는 "FTA 인력과 비용 등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FTA를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구미지역 등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기업에게는 해당 지역 마케팅 지원도 기업들의 성장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미코스메틱이 현재 공을 들이는 부분은 FTA 관세 절감에 따른 효과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시장조사.
아미코스메틱 관계자는 "태국이나 미국 시장에 대한 더 자세한 조사를 통해 깊숙히 파고 들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에는 지난 3월 FTA가 발효된 미국 시장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여 미국의 블로오션 시장인 스킨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공략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