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반발…"위헌" 소송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출생 시민권' 일부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이 민주당이 장악한 24개의 주와 도시에서 제기됐다.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주 정부의 법무장관들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제14조를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과 그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 행정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민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대통령의 광범위한 권한에도 불구하고 시민권 박탈 명령은 그 권한 범위를 크게 벗어난다"고 했다.

해당 명령은 부모가 미국 영토에서 불법 체류하거나, 어머니가 비자 등으로 미국에 일시적으로 체류하고 아버지가 비시민권자인 경우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같은 행정명령은 내달 19부터 30일간 시행된다.

지난 1898년 미연방대법원은 수정 헌법 14조를 근거로 이민자 출신 중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미국 시민으로 인정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권한으로 헌법상의 권리를 훼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이번 행정명령은 분열과 공포를 조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헌법의 완전성을 수호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해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매튜 플래킨 뉴저지 법무장관은 "대통령은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내놓을 권리가 있다"면서도 "출생 시민권 제도는 오랫동안 미국의 일부였고, 남북 전쟁 이후 157년 동안 헌법에 명시돼 있었으며, 대법원에서 두 번이나 지지한 것이다. 대통령의 펜 하나로 헌법을 다시 쓰고 법치주의를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 법무장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법적 지위가 없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15만명의 아이들이 시민권을 거부 당할 것"이라며 "그들은 모두 추방되고 많은 어린이가 무국적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