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너마저…악재에 놀라 해외로

하지만 정부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대기업 SI업체들의 공공부문입찰제한, 내부거래 내용의 공시 강화, 일감몰아주기 과세 등 일련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 공공부문사업 입찰제한으로 '빨간 경고등' 직면한 삼성SDS

이 가운데 공공부문 입찰제한은 매출이 감소하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5월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공표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SI업체의 공공정보화사업 참여가 일부사업을 제외하고는 금지된다.

공공부문 SI시장은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이 거의 독식하던 시장이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주한 공공부문 정보시스템(SI) 구축사업 가운데 삼성SDS, LG CNS, SK C&C 등 빅3가 수주한 물량은 73%에 달한다.

따라서 이법의 시행은 SI 대기업들에게는 연간 약 2조~3조원의 시장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탄했던 항해에 강력한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업계에선 삼성SDS의 경우 약 3000억원 이상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는 지식경제부가 하위법령(시행령, 시행규칙)을 정비할 때 대기업이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유리하게 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개정 법률에선 대기업의 공공SI 사업 참여가 가능한 부분은 대기업이 구축한 기존 정보시스템의 유지·보수사업, SW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해 재발주하는 사업(조달청을 통한 발주사업에 한함)과 국방·외교·치안·전력, 그 밖에 국가안보 등과 관련된 사업으로 지경부장관이 예외적으로 인정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외조항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하위법령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중견업체의 반발이 예상돼 여론의 감시가 엄격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공정위, 그룹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에 급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위기 요인이다.

공정위는 작년 11월 재벌기업 소속 광고·SI·물류·건설업체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현황을 조사하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 8개 SI업체의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64%(개별기업별로는 50 ~ 90% 수준)였다. 더구나 이 같은 내부거래의 78%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져 계열 SI업체에 초과이윤을 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삼성SDS의 경우 2011년도 내부거래 비중이 61.2%, 수의계약비중은 92.3%로 나타났다.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내부거래)는 역량 있는 비계열 독립기업들에게 사업 참여 기회조차 차단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규정'을 개정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주요내용은 '계약체결방식'(경쟁, 수의계약 여부)을 공시하고, 공시대상 거래규모와 대상회사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수의계약방식에 의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사전에 예방, 앞으로 중소기업에게 사업기회를 확대하는 효과와 공시대상과 범위가 확대되어 시장의 자율감시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의 대표자들은 올해 초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만나 독립 중소기업에게 사업기회를 개방하는 '모범거래관행'을 약속한 바 있다.
 
4대그룹이 공정위에 내놓은 방안은 그룹 소속사에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계열사 간에 수의계약으로 내부거래하지 않고, 경쟁입찰을 통해 독립 중소기업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 '일감몰아주기'에 징벌적 과세

대기업 그룹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징벌적 과세도 리스크 요인이다.

지난해 말 '상속·증여세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이익을 증여로 간주해 일감을 받은 기업의 개인 대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시행령에 따르면 계열사 간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면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그 초과비율에 대해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친척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과세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SDS의 내부거래비율은 2008년 44.7%, 2010년엔 57.5%, 작년엔 61.2%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작년 말 기준 2조9000억원의 내부거래금액 중 92.3%인 2조6900억원이, 100% 현금지급에 의한 수의계약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지분 8.8%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해마다 물어야할 증여세가 만만치 않아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는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한국철도시설공단, 삼성SDS를 부정당사업자로 지정

지난 3월 11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08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선로전환기 납품계약을 한 삼성SDS가 입찰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부정당사업자'로 지정하고, 3월 15일부터 6개월간 관급공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공단은 SDS가 지난 2008년 11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선로전환기 구매계약 입찰 때 외국에서 검증되지 않은 부품을 스페인 고속철도 공사에 적용한 실적이 있는 것처럼 꾸민 서류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114억원 상당의 선로전환기를 납품했는데,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 개통 뒤 지금까지 702회의 장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DS는 '해당 결정의 효력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다음날 법원이 '소송판결이 나올 때까지 제한 처분 효력을 중지' 결정을 내려 철도시설공단의 입찰제한이 실행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지난 5월말, 삼성SDS가 법원에 낸 '입찰 참가자격 제한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철도시설공단에서 발주하는 각종 사업에 입찰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사건으로 삼성SDS가 향후 철도시설공단 이외의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사업에도 참여를 제한받을지 여부가 문제다.

향후 재판과정을 통해 그 진위여부가 드러나겠지만 결과를 떠나 선도업체로서의 브랜드이미지에 손상을 입은 것만은 분명하다.

■ 삼성SDS 너마저…악재에 놀라 해외로

삼성SDS는 올해 매출 30% 이상 성장, 총 매출 중 해외 매출 30%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올 1분기 실적은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매출은 1조217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6.5% 성장하였으나, 영업이익은 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감소했다.

하지만 직전 분기(2011년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9.8%감소, 영업이익은 무려 48.9%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율은 5.8%로 최근 4년간(평균 10%대)과 비교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SDS는 교통제어시스템과 전자정부시스템, 지능형빌딩시스템(IBS)을 3대 수출 주력부문으로 삼아 중동, 중국, 미국시장 등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오랜 기간 공공 및 민간부문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분명한 명분도 있지만, 업계 일각에선 삼성SDS 마저 국내에서의 비우호적인 여러 악재에 놀라 해외로 나가려는 것 아니냐며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