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Again 2010', 정치권 덮친 '감세 철회' 쓰나미

□ 다시 불지펴진 '감세 철회' 논란 = 2011년 5월. 정치권에 때아닌(?) 감세 철회 논쟁이 확산될 조짐이다.

논쟁의 출발점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줄곧 감세 철회를 외쳐 온 야당이 아닌 여당이다.

수면 아래에 있던 감세 철회의 화두를 다시 꺼내든 여당인들의 '중량감'도 만만치 않다.

최근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출발한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감세 철회 주장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의 '추가 감세 철회' 공론화와 함께 일파만파로 번질 기세다. 

감세정책은 규제완화와 함께 이른바 'MB노믹스'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기조다.

정권의 정책기조를 통째로 흔드는 감세 철회 주장이 야당이 아닌 여당 내에서 강하게 불거지고 있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재정건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고, 고(高)물가가 지속되면서 서민경제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부자와 대기업들을 위한 감세를 철회, 이에 따라 발생하는 재정을 서민들의 삶의 질 제고에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명분은 그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최근 감세 철회를 다시 꺼내든 여당의 움직임은 민심(民心)을 쓸어 담기 위한 '포퓰리즘'의 측면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논쟁이 다시 불거진 '시점'부터가 수상쩍다. 

당장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라는 너무나도 중요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그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4·27 재보선에서 쓴맛을 단단히 봤다는 점은 감세 철회 논쟁 재점화의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권은 스스로를 부정할 정도의, 파격적인 정치적 카드가 필요했던 셈.

선봉장 격으로 떠오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최근 감세 철회를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렇게(감세) 해서는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 감세 철회 논란이 지배했던 2010년 겨울 =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에서 패하자마자 끄집어 낸 것이 감세 철회 공론화. 그러나 유사한 상황은 지난해 겨울에도 전개됐다. 

지금의 상황은 2010년 11월과 많은 부분 닮아있다.

논란의 불쏘시개를 제공한 사람들이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여당내 소장파라는 점, 당 지도부까지 감세 철회를 공론화하고 나섰다는 점은 지난해 상황의 재탕이다.

당시 정두언 의원은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인하는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안상수 전 대표는 물론,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까지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에 한해 부분적인 감세 철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파장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급기야 감세 철회 문제가 정기국회 최대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은 감세 철회문제에 대한 당론을 정하자며 정책의원총회 소집을 요구, 관철시키기도 했다.

민주당 등도 가세, MB노믹스 핵심인 감세정책을 '위기상황'으로 몰고 갔다.

여당내 일부 의원들로부터 시작된 감세 철회 논쟁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까지 나서면서 공론화 되는 상황은 순서만 달라졌을 뿐, 지금의 상황과 흡사하다.

다만 당시에는 감세 철회 문제의 운명을 가를 한나라당의 당론을 결정지을 수 있었던 정책의원총회가 열리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발발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모든 정치적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상황을 완전히 정리했다. 감세 철회에 대한 한나라당의 당론결정은, 연평도의 포연과 함께 얼렁뚱땅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